한국자동차부품 시장이 미국 독일 일본 등 초대형 외국사의 직접 대결 구도로 치닫고 있다.

한국델파이 한라공조 등 국내 10대 부품업체(매출액 기준)의 절반 이상이 외국사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에 대해 기술력이 뒤떨어지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업체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란 지적과 함께 국내 차 부품산업의 외국 종속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우하이텍은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지분참여 문제를 협의중이다.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도 운전석 모듈 개발을 위해 미국 T사 등 외국 대형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업체의 잇따른 외국사와의 협력관계 구축 움직임은 완성차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종전의 벤더(납품업체) 체제가 무너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자체 연구.개발능력이 부족하고 규모가 작은 한국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계기판 생산업체인 풍성정밀은 일본 최대의 부품업체인 덴소에 지분 40%를 넘기고 올 1월 회사이름을 덴소풍성으로 바꿨다.

이를 계기로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덴소풍성은 덴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차 전장품 납품량을 상당부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차 부품업체인 델파이는 한국델파이를 비롯 델파이디젤시스템스코리아 성우 대성전기공업 신성패커드 등 7개 회사와 합작관계를 맺고 있다.

비스티온은 지난 99년 한라공조(70%)와 덕양산업(51%)의 지분을 인수했다.

독일의 보쉬도 케피코 캄코 두원정공 등과 지분 소유 등의 방법으로 연계돼 있다.

미국의 TRW는 신한발브공업의 지분 25%를 인수, 밸브부문에서 상호 협력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도 씨멘스오토모티브 등을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옛 만도기계 일부는 지난 99년 미국 깁스, 프랑스 발레오, 독일 와브코로 각각 넘어가 깁스코리아 발레오만도일렉트로닉스시스템 와브코코리아가 변신된 상태.

업계에선 일부 대형사들이 외국 합작선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며 외국사들도 한국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외국업체와 합작한 국내업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델파이 전춘택 아태지역 담당 사장은 "외국사 입장에서 한국 부품시장은 성장가능성과 가격면에서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주우진 서울대 교수는 이같은 업계 재편 움직임과 관련, "기본적으로 한국 부품업계는 규모를 키우고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점을 지녔다"이라며 "그러나 외국사에의 의존도가 국내 산업기반을 흔들 정도로 높아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