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재용씨가 삼성전자 기획팀 이사로 경영일선에 나선 것은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경영권을 이어받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해석되기도한다.

삼성의 지분 구조로 보면 재용씨는 이미 삼성 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주라고 할 수 있다.

삼성 지주회사격인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소유한 삼성에버랜드 대주주(지분율 25.1%)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룹을 이끌어갈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면 언제든지 삼성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수 있다.

재계도 재용씨의 경영 참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으로서 나이(33)로 보나 지금쯤은 경영수업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삼성 내부적으로도 재용씨의 경영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어느 회사에서 활동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회장도 지난해 월간조선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재용이가 기업 경영에 흥미를 갖고 있고 자질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당초 재용씨를 삼성증권이나 삼성SDS 등의 이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어차피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주력사인 삼성전자에서 경영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돼 이번 결정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재용씨는 1990년부터 삼성전자 부장 직책을 맡아 왔다.

삼성 관계자는 "재용씨는 지난해 인터넷 지주회사인 e삼성과 금융포털 업체인 가치네트를 통해 국내 인터넷 사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신사업 분야에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e비즈니스 쪽 신사업을 육성하는데 큰 몫을 할 것이라고 삼성측은 기대했다.

벤처업계도 재용씨가 삼성전자 이사로서 경영 전면에서 나설 경우 오프라인 업체인 삼성 계열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단시일내 삼성의 인터넷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 놓을 것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용씨는 그동안 국내외 인터넷 분야의 실력자들과 유대 관계를 쌓아왔다.

또 삼성 최고 경영층과도 미래 경영전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아왔다.

재용씨가 경영 전면에 부상할 경우 삼성의 3세 경영체제 구축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룹내 분위기는 아직 이 회장이 건재한 만큼 3세 경영 구도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현장경험을 착실히 쌓아 갈 계획이라고 삼성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재용씨가 세계 1위 메모리업체인 삼성전자에 새바람을 일으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경우 경영권 승계가 예상외로 빨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익원·조일훈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