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 상무부는 31일 지난해 4·4분기 경제 성장률이 지난 95년 이후 최저치인 1.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주요 경기지표인 소비자신뢰지수와 경제성장률이 추락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무더기 인력감축으로 경기한파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가격마저 들먹거리는 등 미 경제의 대내외 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월가의 시각도 점차 비관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미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뜻하는 ''침체(recession)''가능성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었다.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장률=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4·4분기 경제성장률 1.4%는 전분기 2.2%는 물론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9∼2.0%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이는 지난 95년 2·4분기의 0.8%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경기침체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무부는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자 지출이 지난 92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기업들의 재고가 증가하면서 성장률이 이처럼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중 인플레이션의 기준이 되는 국내총생산(GDP) 물가지수는 지난해 3·4분기 1.6% 상승에 이어 다시 2.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로는 5%의 성장률을 기록,99년의 4.2%보다 높아졌다.

◆소비자의 경기신뢰도 추락=올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14.4로 전월보다 12.4포인트 추락했다.

1996년 12월 이후 4년만의 최저수준이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향후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기대지수도 77.0을 기록,1992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려되는 대목은 지난 1년동안의 소비자신뢰지수 하락률(20.9%)이 가장 최근의 경기침체기(1990∼91년)직전의 1년간 하락률(15.5%)보다 크다는 점이다.

또 1969년(8.6%) 1973년(4.0%) 1980년(13.8%)의 경기침체기 직전의 1년간 하락률을 크게 앞질렀다.

투자자문업체인 헌팅턴뱅크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짐 쿤스는 "미 경제가 이미 심각한 하강국면에 빠져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FRB의 공격적 금리인하 계속될듯=미 경제의 운명이 사실상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월가에서는 소비자신뢰지수가 급격히 악화되자 FRB가 한층 강력한 금리인하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지난 25일 상원예산위원회에서 "미 경제의 안정 성장여부가 소비자의 경기신뢰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9월까지 FRB가 금리를 4%대로 끌어내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웰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수석투자담당이사인 제임스 폴센은 "FRB의 공격적 금리인하가 지속된다면 미 경제는 하반기들어 ''V자형''의 강한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