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시내 중심의 신주쿠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신오쿠보역 일대는 도쿄에서도 ''이국적''이기로 소문난 지역이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계 국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분위기와 모습도 도쿄의 다른 곳과 사뭇 다르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이곳에 대해 갖는 감정은 ''밝고 좋다''고 하기 어렵다.

말이 좋아 이국적이지 한수 아래로 내려다 본다.

''신오쿠보''라는 지명 한마디에 묘한 웃음부터 던지고 보는 일본인들이 적지 않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아시아계 국민들이 많이 몰린 탓에 분위기가 달라지고 일본적인 냄새를 잃어 버렸다고 생각해서다.

도쿄에 유학 온 한국학생들의 상당수는 이 일대와 인연을 맺고 산다.

와세다대 등 학교와 학원이 그리 멀지않기 때문이다.

또 한국인들의 자영점포가 밀집해 있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고 신오쿠보역에서 철길에 몸을 던졌다 숨진 유학생 이수현씨의 사고는 이런 상황에서 일어났다.

''거리가 변질됐다''며 일본사회가 냉소를 보내던 곳에서 외국유학생이 일본인을 위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일본열도에는 이씨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영결식이 치러진 29일에도 신문들은 이씨 기사를 대서특필했다.화산폭발로 집잃은 사람들을 돕자는 의연금모금엔 미온적이던 일본신문들이 조의금을 받고 있다.

빈소엔 모리 요시로 일본총리와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 등 정·관계 고위인사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사고를 낸 동일본철도는 역구내에 이씨를 추모하는 표지판을 세울 것을 검토중이다.

이씨의 의로운 죽음은 1억3천만 일본인들의 가슴을 적셨다.

''폐를 끼치지 않는다''며 냉정과 무관심으로 이웃과 외국인에게 벽을 치고 살아온 일본인들에게 자성의 계기가 됐다.

''거칠고 예의를 모른다''며 신오쿠보의 한국인을 깔봤던 일본인들의 인식을 1백80도 바꿔놓았을 수도 있다.

이씨는 한국과 일본간의 이해를 촉진시키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어했다.

그의 이름과 죽음을 헛되이하지 않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