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캐시아일랜드 그린스닷컴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미국 여자프로골프의 자존심'' 줄리 잉크스터(41)를 막판에 무너뜨리며 프로 첫승을 따낸 박지은(22).

그녀가 이번에는 세계 최강이자 미LPGA투어 사상 첫 2개대회(호주여자마스터스,오피스데포) 3연패를 달성하려던 ''여자 타이거 우즈'' 캐리 웹(27·호주)의 맹추격을 따돌리고 프로 2승째를 올렸다.

화려한 외모 못지않게 그녀의 2승은 모두 평범하지 않았던 것.

최종일 역전우승을 자주 허용한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도랄리조트&스파의 블루몬스터코스(파72)의 심술도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괴물''이라는 별명에 맞게 블루몬스터코스는 박의 샷을 계속 흔들어 댔지만 그녀의 기막힌 위기탈출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박은 이날 똑바로 날아간 드라이버샷이 7,14,18번홀 세차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훅성이었다.

벙커도 무려 아홉번이나 찾아갔다.

페어웨이벙커 세번,그린사이드벙커 여섯번.

자칫 최악의 날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샷난조와 웹의 1타차 맹추격속에서도 침착하게 ''업&다운''(up and down:그린을 미스했으나 파세이브로 위기를 탈출하는 것)을 해냈다.

같은 조로 플레이한 웹은 경기 후 박의 업&다운 능력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unbelievable)고 밝힐 정도였다.

웹은 "6번홀과 18번홀 이 두 홀에서 나온 베스트샷이 그레이스(박지은의 미국명)에게 우승을 안겨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은 6번홀(파4)에서 티샷이 훅이 난뒤 세컨드샷마저 벙커에 들어갔으나 벙커샷을 홀 4.5m지점에 떨어뜨려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보기를 했더라면 웹에게 1타차 역전을 허용할 뻔한 순간이었다.

''마(魔)의 18번홀''에서는 물을 가로질러 친 티샷이 반듯하게 날아가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하루종일 훅성 구질로 애를 태우던 박은 티샷을 하고 난뒤 또 훅이 나 왼쪽에 있는 물에 빠지지 않을까 놀랄 정도였다고 했다.

오죽하면 경기후 한 외신기자가 "찜찜한 우승이었느냐"고 묻자 박지은은 "아니다.아주 아름다운(beautiful) 우승이었다"고 답했다.

그랬다.

최종일 마지막조로 나선 경기에서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그녀는 경기내내 환한 웃음과 여유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우승방정식''을 풀어냈다.

한편 박세리는 31위,김미현은 51위를 차지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