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국내외의 경제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물론 부실경영 책임론으로 가혹할 정도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재계 오너들에게까지도 신년초 화두는 ''투명성 확보''다.

지나친 심리악화가 최근의 경제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기업부실과 관련된 ''투명성 부족''이 금융위기의 주원인이었다는 점은 더 이상 재론할 필요가 없다.

기업과 금융개혁의 전제 조건인 ''회계 투명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규모가 큰 대기업그룹의 투명성 확보는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대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병폐를 감시하는데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

외국 투자자들도 한국 증시의 회생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회계투명성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경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돼 고통의 길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그런데 최근 고려대 경영대 이만우 교수는 결합재무제표 도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결합재무제표가 회계전문가의 참여가 봉쇄된 채 만들어졌으며,세계에서 유례 없는 재무정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재무정보는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인가.

또 ''유용성''은 학계나 공인회계사가 아닌,다양한 정보이용자들의 의사결정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닐까.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외국에 없는 제도라고 해서 우리 나라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다.

국내에서는 기술개발도 하지 말고,오로지 외국에서 수입만 하라는 말이 아닌가.

우리가 먼저 좋은 제도를 만들어 외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 금융기관 등 채권자나 투자가들이 회계정보의 중요한 이해 관계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이용자들은 배제된 채 감독당국과 학계,이해 당사자들인 공인회계사 및 기업관계자에 의해 모든 회계제도가 만들어졌다.

회계정보의 유용성 결정이 ''현실''이 아닌 ''책상위''에서 이루어져 오늘날의 ''투명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결합재무제표는 우리 나라의 재벌그룹들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지배구조를 반영해 기존의 집단재무정보를 알려주는 연결재무제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한 사람의 지배하에 있는 기업집단의 재무제표는 하나이어야 한다.

그러나 큰 그룹의 경우 10개 이상의 연결재무제표가 작성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연결재무제표는 상당수 기업을 연결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기업집단 재무제표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주석사항의 이점과 아울러 ''기업부실의 근원지''이다시피한 해외 현지법인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결합재무제표만이 가지고 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다.

과거와 달리 시장은 갈수록 냉혹해질 것이다.

투명한 실체를 보여주지 않고 그저 ''믿어달라''는 기업경영의 구태(舊態)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성공적인 기업은 시장이 요구하기 전에 투명성을 담보로 신뢰를 높이는데 노력하는 기업이다.

바로 결합재무제표가 핵심역할을 할 것이다.

오히려 결합재무제표 작성 대상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

이 세상에 ''1백% 완벽''한 것은 없다.

어떠한 것도 다소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해 가는 자세다.

장점이 훨씬 더 많은데도 대안없이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개별재무제표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결합재무제표의 무용론을 제기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그보다는 개별재무제표의 투명성을 제고해 유용한 결합재무제표를 정착시키고 또한 지식산업 분야에서 외국에 없는 것을 우리가 먼저 창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에서도 우리 결합재무제표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출할 수 있는 새로운 회계제도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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