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이 갑작스레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은 대체 무엇일까''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3일 금리를 내린지 2주가 돼가지만 월가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갈수록 소문이 무성해지고 있다.

가장 설득력 있게 나도는 루머는 그린스펀이 뭔가 공개되지 않은 심각한 신용경색의 적신호를 봤다는 설(說).

미첼증권의 애널리스트인 찰스 피바디는 작년말에 "1월 첫째주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1월 첫째주에서 셋째주 사이에 돌아오는 기업어음(CP)이 총 6천억달러에 달한다.대부분이 단기인 이들 CP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채무불이행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린스펀의 기습 금리인하는 금융대란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설명이다.

CP뿐 아니다.

미국 은행들의 영업관행을 들여다보면 부실채권 위기는 예고돼 있었다.

지난 3년여간 미 은행들은 사업다각화에 나서면서 각종 금융자문사업에 기업고객을 끌어들이는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금융자문을 맡기면 그 대가로 대출한도를 늘려주겠다는 바터식 약속을 내걸었다.

부실기업에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위험한 장사를 계속한 것이다.

이와 관련,투자은행인 살로몬스미스바니는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대형은행들이 부실채권의 위기에 몰려 있다며 은행들의 부실도 순위를 매겼다.

부실도 1위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올랐으며 뱅크원 JP모건체이스 퍼스트유니온 플리트보스턴파이낸셜 등 10위권내의 대형은행들이 나란히 위험순위 톱 5를 장식했다.

그린스펀이 BOA를 구제해주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는 또 다른 설은 여기에 토대를 두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소문들은 난센스라는 주장도 있다.

"그린스펀도 사람이다.실수를 할 수 있다.작년 12월19일 정례회의 때에는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금리를 내린 단순한 사건일뿐이다"(오브레이 랜스톤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존스)

어쨌든 그린스펀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금융불안사태가 다소 진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과연 오는 30∼31일 열리는 FRB정례회의때 그린스펀은 또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월가가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