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의 신문잡지에서 숫자 ''9''를 5개 나열해 놓은 전면 컬러광고가 눈길을 끈다.

숫자만 크게 부각했을 뿐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광고주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용 윈도2000의 사용효율이 99.999%라는 뜻이다.

하드웨어 작동중단시간이 1년에 5분도 안된다는 내용의 광고다.

''마이크로소프트=윈도''일 정도로 컴퓨터운영체제인 윈도를 빼놓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 마이크로소프트가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변신의 방향은 지난 8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제품전시회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윈도사업에서 축적한 무형의 소프트웨어기술을 응용,유형의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

말하자면 온라인상품에서 오프라인제품으로의 사업 다각화이다.

이날 빌 게이츠 회장은 윈도 대신 짙은 녹색의 게임기와 텔레비전을 들고 나왔다.

''X박스''로 불리는 비디오게임기와 인터액티브 텔레비전인 ''얼티메이트TV''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중심이 사무실에서 거실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실에 있는 TV와 게임기 등 가전제품을 인터넷과 연결시키는 ''홈 네트워크'' 구축이 사업다각화 전략의 핵심이다.

올 가을부터 시판될 X박스에는 초고속 칩이 내장돼 있어 소비자들이 실제 상황과 똑같은 느낌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X박스 개발을 담당한 로비 바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고 싱가포르의 플레스트로닉스인터내셔널에서 제조하기로 했다"며 "마이크로소프트 자체상표를 부착한다는 점에서 게임개발업자들과 판매망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약 2백여개 기업들이 게임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기가 출시되면 초기 18개월간 무려 5억달러를 마케팅비용으로 쏟아부을 계획이다.

통상 게임개발회사들이 로열티와 회사마다 다른 할인율에 불만이라는 점을 감안,모든 회사에 표준할인율을 적용하고 로열티도 선납을 요구하지 않을 계획이다.

때문에 X박스가 출시되면 "2천만대에서 3천만대는 쉽게 팔릴 것"이란 게 게임산업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내달부터 본격 판매될 ''얼티메이트TV''도 변신의 또 다른 한 축이다.

GM그룹의 휴즈전자 제품인 ''DirecTV''와 함께 사용될 이 제품은 하드디스크는 물론 2개의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생방송프로그램을 잠깐 끊고 광고가 나올때 고속 되감기를 할수 있을 뿐 아니라 두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녹화하고 TV를 보며 인터넷접속도 가능하다.

게임기와 TV를 초고속인터넷이나 위성과 연결해 놓으면 소프트웨어를 인터넷망에서 다운로드받거나 서로 교환할 수 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찬 홈네트워크구축에 장애도 많다.

X박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등 선발주자들과 치열한 대결을 벌여야하고 최소 1백만명은 확보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인터액티브TV의 수요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 도전의 성공여부는 ''홈네트워크''가 얼마나 빨리 자리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