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연두기자회견에서 "정치는 불안정하고 경제의 체감경기는 매우 나쁜 상황"이라고 시인하고 기업 금융등 4대 부문의 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경제의 재도약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통령은 경제관련 질문에는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직답을 피하고 비켜나갔다.

김 대통령은 이날 75분동안 16명의 내외신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다음은 분야별 일문일답 내용.

[ 경제분야 ]

-구조조정과 경기부양과는 상충된 측면이 강한데,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구조조정이 기본이다.

경기대책은 구조조정을 성공시키기 위한 기본이다.

금융부문이 상당부분 개혁됐다.

모든 금융기관이 투명화됐다.

부실채권등 기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경영형태가 없어졌다.

금융감독원으로 하여금 금융기관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되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토록 하겠다"


-주가흐름이 민심을 좌우한다는 지적이 있다.

증시활성화를 위한 구상을 밝혀달라.

"우리나라의 증시인구는 4백50만명이며 중복된 것까지 합하면 7백만명이다.

그래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여하간 증시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증시를 활성화하는데는 왕도가 없다.

정도만이 있다.

증시를 활성화하려면 기업이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 정도다.

이를 위해서 첫째,4대 개혁을 철저히 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둘째,모든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우리 증시는 시장의 심리에 크게 영향받는다.

개혁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

올하반기 이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근거는.

"우리 기업인들이 결코 비관하고 있지 않다.

기업인들은 4대 개혁만 철저히 한다면 경제의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 대표들은 정부가 의연한 자세로 노사갈등을 해결해주면,경제는 기업인들이 책임지겠다고 말하고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소비를 적절히 해주어야 경제가 살아난다.

경제는 된다고 하면 되고,안된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그런 면이 있다.

우리는 시장 심리를 살려야 한다.

우리 경제의 가능성,좋은 점은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국민들이 지나치게 겁을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이외의 우량은행 합병이 어떻게 진행되고,언제쯤 완료될 것인가.

"우량은행들이 합병 통합하는 것은 자신들의 문제다.

경쟁력 없는 은행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산업은행이 기업의 채권을 매입할 때 가능성이 있는 기업만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또 자구노력을 충분히 할 기업은 지원하고 나머지는 안할 것이다.

(진념재정경제부장관 보충 설명)현재 우리 채권시장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돈이 생기면 전부 은행으로 가고,은행은 주로 국공채를 매입한다.

그래서 한시적으로 자구노력을 전제로 해서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고 채권은행이 합의해,이른바 회사채의 신속인수 제도를 도입했다"

-지방경제를 살릴 방안은.

"지방경제는 과거에 건설과 유통,이 두가지가 버팀목이었는데,둘이 한꺼번에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4백군에 주택개량사업을 벌이겠다.

전통시장에 대해서는 수백억원의 예산으로 지원하겠다.

그러나 지방건설업체와 중소업체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 정치분야 ]

-며칠전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만나 임기말까지 공조키로 했다.

공조가 차기 대선에서의 공조로도 이어지는가.

강한 정부가 의미하는.

"자민련과 공조복원에 있어 다음 대선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

지금은 총력을 다해 경제를 회복시키고 정치와 사회를 안정시킬 때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정부란 옛날 군사정부와 같이 권위적 힘을 휘두르는 정부가 아니라 정반대로 민주적인 절차를 준수하며 대화와 양보로 풀어가는 정치가 강력한 정치라 생각한다"

-구여권에 대한 안기부 예산의 선거자금 지원수사가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와 김영삼 전대통령까지 미칠 가능성은.

"그 문제는 전적으로 검찰이 법률에 의해서 수사하고 있다.

비록 대통령이라 하더라도,사견이라 하더라도 그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야당은 안기부 예산의 선거자금 지원수사에 반발하면서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까지 제시하며 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첫째 지금의 검찰 수사는 국가예산, 그것도 국가안보 예산 유용에 맞춰져 있다.

범죄행위 수사이지 정치자금 수사가 아니다.

초점을 다른 데로 가져가서는 안된다.

둘째,내 문제는 여러분이 잘 아는대로 과거 정권 5년간 한번도 빼놓지 않고 정치자금 불법사항을 벗겨낸다고 뒤적거렸다.

그러나 아무도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다시 만날 계획이 있는가.

"야당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대통령이 편하게 성공적으로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불행하게도 부덕의 소치겠지만 야당의 협력을 못받은 것은 물론 심한 괴로움을 당했다.

야당과의 관계회복하고 싶고 잘 지내고 싶다"

-민주당 의원의 자민련 이적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소수의 권리보장이라는 의미에서 10석 이상 정당에 교섭단체를 주고 있다.

이는 헌법사항이 아니고 국회법이다.

우리가 공동으로 교섭단체구성 정족수를 낮추는 개정안을 국회에 냈으나 야당의 반대로 몇달째 통과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야당이 폭력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 비판은 감수하겠다.

야당은 장외집회까지 하면서 비판할 입장이 되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통일외교 ]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남북관계 전망은.

"북한은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인정했고 국보법은 우리에게 맡겨달라고 했더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받아들였다.

결코 끌려다닌 적이 없다.

6.15선언후 남북관계는 크게 긴장완화와 교류협력 두가지로 나아가고 있다.

국민동의 없이는 절대로 대북지원을 하지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예정대로 되고 이는 남북의 평화 협력 긴장완화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북 전력지원이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조건이 될수 있는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내가 평양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이다.

조건이 있을 수 없다.

정부의 대북 지원은 국가예산 범위내에서 수혜자인 북한의 입장도 충분히 감안해 할 것이다.

그러나 전력지원은 여러가지 기술적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아직 아무것도 합의된 게 없다"

-남북한에 차기 정부와 지도자가 들어서도 현재의 남북간 화해협력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나.

"북한에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는 문제는 내가 언급할 처지가 아니다.

앞으로 2년동안 결코 내 자신의 개인적 이익과 업적을 남기기 위해,야망을 가지고 정책을 펴나가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동의를 얻어 모든 것을 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다음 정권도 그런 국민의 의사를 존중할 것으로 보며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미국 차기 부시 행정부는 대북 강경정책을 선언했다.

한국의 대북정책, 한.미 외교노선을 재설정할 필요성이 있는 것인가.

"먼저 한.미 무역에서 양국간 문제는 없다.

부시 행정부는 자유무역을 철저히신봉하는 정부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이로운 점도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 경기가 하강상태에 있어 우리 무역에 부정적인 일이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

대북정책에 있어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도 한반도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고, 한반도에서 한국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주도적으로 나아갈 것을 인정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미관계에 추호의 차질도 없이 긴밀하게 부시 행정부와 충분히 대화해 공동대응해 나갈 것이다.

한.미.일 3국 공조체제도 협력해 나갈것이다.

머지않아 부시 대통령당선자와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