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공단에서 골판지원지를 만드는 동일제지(대표 정영섭)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자사에 납품하러온 협력업체 사람들을 정성껏 모신다.

고지나 화공약품 등 원부자재를 싣고온 협력업체 직원들을 따뜻한 구내식당으로 안내,돼지고기볶음과 상추쌈으로 정성껏 대접한다.

이들로부터 접대를 받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전직원 1백20명의 60%가 넘는 77명이 회사의 기숙사나 사택에서 산다.

반월의 예술인아파트 등 44채를 회사가 구입해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하루 세끼를 모두 준다.

의식주 가운데 먹고자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셈이다.

지방에서 여상을 나와 입사한 미혼여직원중 알뜰하게 저축해 결혼 밑천을 만든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정영섭(52)사장의 "종업원 존중 경영"에서 비롯된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온 그는 내실과 기술 그리고 인간존중을 3대경영지침으로 삼고 있다.

뿌리가 되는 게 인간존중,다시말해 종업원을 받드는 경영이다.

여기에는 자사 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도 포함돼 있다.

이런 경영은 적지 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회사는 86년 창업이후 단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외환위기때도 마찬가지.작년에는 7백32억원 매출에 1백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회사측은 추산하고 있다.

특별이익 없이 순전히 영업을 통해 올린 것이다.

직원들은 기술개발과 내실다지기로 보답한다.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콘드벨트(Condebelt)시스템을 설치한 것도 직원들의 기술이 축적돼 있어서 가능했다.

설비는 핀란드 발멧 제품이지만 동일제지 직원들의 노하우가 결합돼 성공적으로 가동할 수 있었다.

이 설비는 외국산 고지의 절반값에 불과한 국산 고지로 외국산 고지로 만든 종이에 버금가는 강도를 지닌 종이를 만들수 있는 것이다.

원가절감효과가 큰 것은 물론이다.

또 협력업체에게 납품후 평균 10일만에 현금결제를 해주다보니 좀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협력업체 직원들 역시 질좋은 원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애쓴다.

회사 안팎에서 경쟁력강화를 돕고 있는 셈이다.

(031)491-0010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