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증시판도가 확 달라졌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종합주가지수는 단 4일동안에 15.1%나 올랐다.

나락으로 치닫던 코스닥지수도 18.9%나 수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1월 효과"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주가 급반등세를 초래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3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금리인하 조치다.

그 결과 미국 증시가 폭등세로 돌변하고 이에 고무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폭발적으로 매수하자 증시분위기가 한순간에 달아올랐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단기 유동성 장세가 힘차게 펼쳐지고 있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말 주식을 산 사람과 판 사람간에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주식을 처분하고 해를 넘긴 이들은 추격매수에 나서야할지,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산다면 어떤 종목을 사야할지도 더 큰 고민거리다.

이에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 장세는 단기 유동성 장세로 판단되며 종합주가지수 6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권 건설등 주도주로 나서고 있는 낙폭과대 저가주군으로 매수종목을 좁히는 것이 좋을 것"이란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단기 유동성 장세=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 장세를 단기 유동성 장세로 파악하고 있다.

SK증권의 오재열 연구위원은 "두가지 측면에서 단기 유동성 장세 징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미국의 금리인하.

"과거에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국제 유동성 증대와 함께 증시안정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고 그는 설명했다.

둘째는 국내 자금시장의 안정이다.

산업은행의 회사채매입 등으로 자금시장의 불안이 크게 완화됐고,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및 근로자주식저축 부활 등으로 국내수급이 보강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금리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랠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좀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신우 템플턴투신운용 상무는 "수급 재료 주도주등 주가상승의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만큼 단기 유동성 장세는 좀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급은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와 연기금의 주식매수 확대에서 보강되고 있다.

외국인은 4일동안 1조3백58억원어치의 상장주식을 순매수하는 등 근례 보기 드물게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추세전환은 아니지만 추가상승은 가능=물론 이번 랠리가 반짝 장세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기업실적등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상무는 "미국경제의 경착륙 우려와 국내경기의 하강을 고려할 경우 현 단계가 대세상승기의 초입단계로 규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 최대 변수인 반도체 D램가격이 하락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따라서 현 반등 국면은 단기 유동성 장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증권.건설 주도주 부상=현 장세를 유동성 장세로 규정할 경우 주도주는 단연 증권주,건설주,저가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석규 상무는 "이번 랠리는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서 촉발됐다"며 "미국의 금리인하도 경기부양이라는 의미보다 유동성 공급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통상 금융장세에서 두각을 나나태는 증권 건설주등 저가주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 증권 건설주는 이미 시장에 주도주로 자리잡았다.

증권업종지수는 올들어 48.9% 올라 종합주가지수 상승률(15.1%)을 초과했다.

건설업종지수도 32.2%의 상승율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번 랠리가 실적장세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상승종목도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지수관련 대형주를 비롯한 금융주,건설주에서 여타 종목군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강신우 상무는 "금융장세인 만큼 최근 4일간 소외받았던 주식을 사는 것보다 주도주를 따라 잡는 게 수익률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이런 조짐이 나타났다.

4일까지는 모든 업종이 골고루 올랐지만 5일에는 핵심블루칩과 금융및 건설주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상승종목 선별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에도 단기급등장세에선 증권 건설주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SK증권에 따르면 90년이후 총 11 차례의 단기급등장세에서 증권(8회) 보험(7회) 건설(6회) 은행주(6회)가 종합주가지수 상승율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