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소비산업의 기상도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아 전반적으로 암울한 편이다.

구조조정으로 대량실업의 한파가 예고되고 있고 주가 또한 하락폭을 속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각 경제 연구소들이 내놓는 성장률 전망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고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시각은 국내보다 더욱 비관적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 하반기 첫 서비스가 예정돼 있는 디지털 위성방송과 향후 도입 가능성이 높은 근로시간단축(주 5일제 근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소비패턴에 영향을 줄 요인들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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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첫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인 디지털 위성방송은 소비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첫 요인으로 꼽힌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최대 매력인 쌍방향 서비스를 통해 홈쇼핑 인터넷쇼핑 등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팽창의 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방송을 보면서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이 마음에 들면 리모컨을 눌러 인터넷 쇼핑몰과 연결돼 그 옷의 즉각적인 구입이 가능해진다.

또 현재 컴퓨터로만 가능한 인터넷도 TV를 통해 할 수 있어 인터넷 관련 서비스 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서비스 개시에 맞춰 현재 2개에 불과한 TV홈쇼핑 채널이 추가로 2~3개 정도 더 생겨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홈쇼핑 시장은 이에 힘입어 현재 1조원인 시장규모가 2005년까지 7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디지털 위성방송 시청자는 방송 첫해인 올해 20만명을 넘어선 뒤 2005년까지 2백만명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또 2005년까지 7조원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고용효과도 2010년까지 3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와 함께 주 5일제 근무 역시 소비패턴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주 5일제 근무는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 원칙적인 합의를 본 상태며 도입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연내에 관련 법안이 제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소비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가족 중심의 여가문화가 확산되면서 레저 스포츠 문화산업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주말에 가족동반으로 1박2일 혹은 2박3일로 리조트 단지나 오토캠프, 주말농원 등을 찾는 사례가 보편화되면서 레저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또 관련 산업으로 레저용품이나 RV형 자동차, 주말 자동차 보험 등에 대한 파생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여가시간에 대한 라이프 스타일도 다양해져 문화.학습형의 여가 활용이 새로운 현상으로 대두될 수 있다.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공연관람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증대할 것이며 자녀들을 위해 전통문화탐구, 유적지 탐사, 조류.생태계 관찰 등의 문화 프로그램이 보다 활성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 5일 근무제의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스포츠 관련 산업으로 보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의 스포츠 활동 참여도가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오정훈 연구원은 "주 5일 근무제로 스포츠의 생활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의 여가패턴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스포츠 용품 등 관련 산업이 큰 성장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여가에 대한 개념 자체도 변화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87년부터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하면서 여가의 패턴이 금전소비형에서 시간소비형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금전소비형 여가는 여가시간의 절대적 부족으로 한정된 시간내에 돈을 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여가활용 방법이다.

그러나 여가의 절대적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즉흥적으로 주말을 보내는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자세로 주말생활을 설계하는 시간소비형이 주류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