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초 테헤란밸리를 중심으로 전국을 휩쓸었던 벤처열풍은 연말 나스닥의 붕괴에 이은 코스닥 폭락 등의 악재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정말 한국의 벤처산업은 반짝 피었다 지는 꽃처럼 이대로 시들어 버릴까.

아니면 거품을 제거하고 다시 힘차게 도약할 수 있을지...

중요한 전환점이 될 2001년을 맞은 한국 벤처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한국경제 예측 <>업종별 산업전망 <>벤처투자 등으로 나눠 긴급 분석, 진단해 본다.

<> 상반기는 어렵다 =2001년에도 경기의 하강 및 둔화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GDP 성장률이 9.2%였지만 올해는 5.1%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작년 7.4%에서 3.7%로, 설비투자는 37.6%에서 0.1%로 증가율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 수출도 공급과잉으로 전망이 밝지 못하다.

미국경기의 침체예상도 전체 수출증가율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DI는 이에따라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지난해 1백3억달러에서 92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올해 3.4%에 달해 지난해보다 1.1%포인트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증가와 자금시장 경색 등의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엔 내수침체속에 수출 전망도 어둡게 나타나는 등 경기가 나아질 만한 요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대해 재경부 한성택 경제정책국장은 "구조조정의 여파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 연 5~6%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산업은 어떨까 =대한상의는 올해 산업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 및 일반기계 등의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경기하강세가 뚜렷하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

동원경제연구소는 제약(바이오) 통신장비 통신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의 분야가 유망한 반면 섬유.의복 화학 철강 기계 운송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벤처산업과 연관이 깊은 전자업종은 지난해 내수와 수출이 각각 전년대비 2.7%와 31.0% 증가했다.

올해도 전자상거래 등 e비즈니스의 확대와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사업 등으로 내수와 수출이 16.4%와 20.6%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CDMA시장 개방으로 이동통신장비업체들의 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반기계부문은 지난해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의 창업증가로 기계수주가 크게 늘어났다.

내수와 수출이 전년대비 각각 24.3%, 23.5%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불황으로 인한 설비투자 감소여파로 내수(10.9%)와 수출(9,1%)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분야에선 온라인 광고시장의 규모가 2천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4% 증가하고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도 2002년까지 연평균 1백8% 정도 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개별 기업들의 수익성은 여전히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우존스 뉴스 보도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아시아 인터넷 관련 업체들의 단기 전망이 어두울 것이라고 최근 내다봤다.

거품이 다 빠지지 않아 향후 몇 분기 동안 제대로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 벤처투자 시장은 =창투사 등 벤처캐피털들의 올해 투자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침체됐고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IMT-2000 등과 관련된 정보통신과 바이오 분야에선 투자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30대 주요 벤처캐피털의 올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지난해(1조3천6백억원)보다 9.4% 줄어든 1조2천3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개별 업체로는 최대 규모인 5천억원 가량을 투자한 KTB네트워크는 올해 2천6백억원 정도만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것도 무선인터넷 바이오 등 일부 분야에만 국한한다는 것.

대부분 벤처캐피털들은 여전히 순수 닷컴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지난해 1천1백억원 가량을 투자한 한국기술투자(KTIC)도 9백억원 정도로 투자규모를 줄일 예정.

대신 KTB네트워크와 KTIC는 재원의 30~40% 가량을 구조조정 투자로 돌릴 방침이다.

작년 8백90억원을 투자한 산은캐피탈은 올해 2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공격적인 방침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산업은행 자회사라는 점을 활용하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우리기술투자 KTIC 등 많은 업체들이 해외자본 유치와 투자조합 결성을 가정하고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어 성사여부에 따라 실제 투자액은 큰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업계 일각에선 "코스닥과 증시가 살아나는 등 투자여건이 좋아지면 우량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예상외의 대규모 투자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