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사랑의 상처는 나이가 들어가며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솔직히 얘기하면 아픔을 다시 확인하기 싫어 구깃구깃 접어둔다고 해야 옳다.

하지만 그 사랑은 곰삭을대로 곰삭아 오늘의 사랑까지 부정하게 된다.

과거가 현재를 옭아맬 때 우리는 무엇에 희망을 걸어야 할까.

오는 6일부터 알과핵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해마(sea horse)''는 중년에 다시 찾아온 사랑에 대한 한편의 수채화다.

선술집 ''해마''의 여주인인 거티와 정처없이 떠돌다 거티에게 돌아오곤 하는 뱃사람 해리의 애달픈 사랑얘기다.

거티 집에 얹혀사는 뱃사람 해리는 새벽에 부두에 내렸는데도 밤이 돼서야 해마에 들른다.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갑작스레 함께 떠나자는 해리에게 거티는 화를 내고 결국 싸움이 벌어지고 만다.

다음날 아침 두 사람은 여전히 신경전을 벌인다.

해리는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전 남편과의 아픈 사랑을 간직한 거티는 이를 거절하는데….

이 작품은 스토리의 반전이 별로 없는 2인극.

두 사람의 복잡하고도 애틋한 심리묘사가 극의 뼈대를 이룬다.

에드워드 J 무어란 미국 작가의 작품으로 오프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독문학 박사이자 알과핵 소극장의 경영자인 임수택씨 연출작이다.

해리 역으로는 곽동철,거티 역에는 이동희가 나온다.

다음달 4일까지.

(02)745-8833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