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와 미국경제 그리고 한국경제는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풀너 이사장은 올해 세계경제가 "평준화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경제는 다소 위축되겠지만 일본과 유럽이 상대적으로 약진,전체적으로 건실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의 위기재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종말론적" 위기설은 위해한 것이며 "한국정부는 단기적인 인기보다는 개혁과 개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보다 근본적인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닷컴등 하이테크기업들이 몰락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약진과 혁신적 기술개발은 대기업 위주의 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들이 나름대로의 위치를 설정할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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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양봉진 워싱턴특파원 ]

-올해 세계경제를 어떻게 보나.

<>풀너 이사장 = 올해 세계경제는 평준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경제의 독주가 이어졌으나 올해에는 미국경제가 다소 위축되는 반면 일본과 유럽경제가 상대적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부시행정부의 경제이념적 특성이 있다면.

<>풀너 이사장 = 부시행정부의 경제적 이념은 자유주의다.

자유시장경제주의를 바탕으로 한 로렌스 린지 전 연준리(FRB)이사는 부시팀의 충실한 대변자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부시경제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폴 오닐 재무장관지명자 또한 자유주의자이다.

이들 모두 시장경제를 저해하는 정책은 그 어떤 것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대외무역과 관련해 부시당선자는 줄곧 자유무역을 주창해왔다.

이같은 맥락에서 부시당선자는 집권 60일 이내에 신속협상권(fast-track negotiating authority)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경제가 예상외로 빨리 식고 있다는 진단이 적지 않은데.

<>풀너 이사장 = 기업이익감소, 시설투자위축, 주식시장침체 등 그렇게 볼만한 징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뜨겁다고 느껴질 정도였던 미국경제가 "다소 진정된(moderated)"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는 상태라고 평가하는 게 타당하다.

-미국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풀너 이사장 = 그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부시대통령당선자는 감세를 제안해 놓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insurance)이라고 보면 된다.

경착륙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감세정책은 더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미국경제는 다변화되어 있고 개방화돼 있다.

따라서 변화에 아주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체질을 갖고 있다.

인터넷관련 회사들과 하이테크산업이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혹시 이같은 주변 여건을 구실로 국제교역과 자금의 흐름을 저해하는 보호주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리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올해 유럽과 일본 이외의 지역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풀너 이사장= 또 다른 위기재발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다.

이는 이 국가들이 "현명하지 못하거나(unwise) 지탱해내기 어려운(unsustainable) 경제정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재정확대를 위해 해외에서 과도한 차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고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폐쇄적인 경제는 경쟁력과 주변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잃게 된다.

특히 은행자금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대출되는 경우 경제는 위기로 치닫게 되기 쉽다.

-한국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풀너이사장 = 97년 외환위기후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한국경제가 회생하는 듯 하다가 최근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분명 즐거운 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기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또 공포에 질릴 일도 아니라고 본다.

개방화와 개혁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침체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기업과 금융개혁을 멈추지 말고 끝까지 추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올바른 길이다.

- 미국경제의 위축과 한국경제간의 상관관계는.

<>풀너 이사장 = 한국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시장의 위축을 염두에 둬야 하겠지만 경기순환적인 상황변화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한국기업들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측면을 놓쳐서는 안된다.

- 미국의 늘어나는 무역적자를 걱정하는 한국기업들이 적지 않은데.

<>풀너 이사장 = 미국의 대외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정부가 규제를 강화한다든가 시장에 개입해 시장의 문을 닫는 정책을 채택해서는 안된다.

차기 미국행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경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비관적 자세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데.

<>풀너 이사장 =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쉽게 변할 수 있다.

특히 97년 외환위기를 겪고난 후에는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장.단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외교정책면에서 김대중대통령은 남북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물론 정치적 수사나 업적에 홀려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더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개혁을 추진하다 보면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길게 보면 이것이 더 큰 결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미국 나스닥증시가 침체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닷컴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풀너 이사장 = 최근 하이테크 산업들은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기회의 창출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97년 한국의 경제위기는 닷컴기업들이 새로운 입지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대기업위주의 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들도 나름대로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형성된 것이다.

적지 않은 닷컴기업들이 거품처럼 사라지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이들 기업이 기술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야 한다.

-남북화해도 남한경제가 튼튼해야 가능해진다는 주장이 없지 않은데.

<>풀너 이사장 = 물론 남한경제가 튼튼해야 남북의 화해도 쉽고 또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남한경제 위기와 종말론적 시나리오를 부풀리는 것은 좋지 않다.

97년 외환위기에서도 보았지만 경제가 나빠졌다고 해서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이 위태로워졌다는 징후는 없다.

물론 미국의 강력한 공약과 동북아국가들과의 동맹이 이같은 동북아 안정을 가능케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차기 부시행정부하에서 미국의 북한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풀너 이사장 = 부시행정부는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정책을 중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김대중대통령이 추구해 온 햇볕정책이나 빌 클린턴행정부가 추구해온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자세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의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그같은 문제가 미국과 혈맹으로 맺어진 한국 등과의 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 공화당과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미국의회의 움직임 또한 중요한 변수가 아닌가.

<>풀너 이사장 =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석수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태다.

앞으로 두 당의 협력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양당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이 있어야만 미국의 대북한정책도 제대로 이뤄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시행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미국의 대북한 정책에는 큰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 의회와 부시행정부의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풀너 이시장 = 공화 민주 양당은 상원을 정확히 50석씩 양분하고있다.

케스팅보트는 딕 체니 부통령이 쥐고 있어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공화당이 주도할 수 있는 기술적인 우위에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적인 우위를 활용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정책을 성실히 추구해 이같은 국민적 지지가 민주당의 지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