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우리가 지켜야 할 나라 .. 홍준형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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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 / 공법학>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1일 현재 우리 나라의 총 인구는 4천612만5천명이라고 한다.
유엔 인구전망에 의한 2000년 전세계 인구 60억5천504만9천명의 0.8%, 세계 25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GDP나 무역규모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나라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북한까지 합치면 나라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동북아의 한쪽 귀퉁이에 지나지 않지만 만만치 않은 "국력"을 가진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그런 나라가 왜 이렇게 걸핏하면 위기인가.
새 천년 첫해의 첫날, 우리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한국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경제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이 나라를 뜨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삶의 질을 거론하기도 하고, 정부의 무능과 부패, 정치의 실패를 지목하며 희망이 없다고 개탄하는 사람도 있다.
하기는 IMF 관리체제를 조기졸업했다는 듯 섣부른 자신감을 보인 정부를 믿었다가 꼼짝없이 상상도 어려운 액수의 공적 자금부담을 떠맡게 된 국민, 감자는 없다던 정부의 말을 믿고 주식투자를 했다 재산과 퇴직금을 날린 봉급생활자들에게 한국은 황폐한 들녘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친일파, 정상모리배가 해먹던 척박한 나라를 군사정권이 그나마 밥이라도 먹게 만들었는데, 소위 민주주의자라고 하는 위인들에게 정치를 맡겨 보니 그 동안 띠끌모아 이룬 남루한 재부마저 다 날려 버리고 말았다는 푸념도 마냥 모른 채 하기 어렵다.
국가부도위기에 몰려 세계자본의 눈치를 보면서, 무디스나 S&P 앞에만 서면 자꾸 작아지는 불안과 위축의 한 해였지만, 우리는 어쩌면 우리 자신을 너무 업신여겼는지도 모른다.
사실 외국에서 바라 본 우리 나라는 "대단한" 나라이다.
1950년의 폐허에서 맨주먹으로 불과 반세기만에 산업을 일으키고 군사쿠데타와 독재를 딛고 일어서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야기하는 나라, 세계 조선시장과 반도체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인터넷첨단을 지향하는 나라, 특히 한국을 좀 아는 사람들에게한국은 기적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에 강점당해 신음하다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이데올로기 대리전을 치르고 절망의 나락에 빠졌던, 천애고아처럼 불쌍한 나라였기에 세계대전의 추축국을 이끌며 맹위를 떨쳤던 독일, 라인강의 기적보다 더 놀라운 한강의 기적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처럼 짧은 기간에 놀라운 성취를 이룬 적은 없었다.
그런 나라가, 그 나라의 국민이 자기도 모르게 맥이 빠지고 있다.
안될 말이다.
우리는 성공해야만 한다.
제3세계 다른 나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아니 세계화의 대양에서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는 자본의 오만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비틀거려서는 아니 된다.
다시금 정부의 책임이 막중해 질 수밖에 없다.
당장 코앞에 닥친 경제난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벌써 경기부양책, 예산의 조기집행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미봉책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정치적 맥락에서 시도되는 경기부양이라면 그보다 위험천만한 일도 없다.
4대개혁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마무리짓는데 진력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반면 정치와 경제 모든 측면에서 게임의 룰을 확립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선단경제의 기선이 될 수는 없으며, 어떤 형태로도 시장과 민간부문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전횡해서도 아니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현직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이미 차기 정권획득을 위한 경기가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공론화되기 시작한 4년중임제 정.부통령제 개헌론은 차기가 아니라 차차기의 대안으로 심사숙고하는 지혜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경기진행중에 경기규칙을 바꾸면 패자의 승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설픈 정계개편을 시도하여 정치폐색을 빚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해서도 아니 된다.
어떻게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미대선의 혼란이 그런 대로 수습된 것도 당사자들이 경기중에 규칙을 바꾸려 들지 않고 심판의 판정에 승복하는 자세를 갖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정신적 공황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믿음을 되살려주는 일이다.
언제나 뒤늦게 실상을 깨닫고 허둥대며 뒷북만 쳐온 정부와 여당, 그리고 쓰면 뱉고 달면 삼키면서, 결국 악만 써댔던 야당의 행태는 정치적 절망을 깊게 할뿐이다.
건국이후 우리가 이루어 낸 성과들은 비록 불완전하지만 너무도 소중한 역사적 자산들이다.
어떻게 되찾은 나라이며, 어떻게 쌓아온 경제인가, 천신만고 끝에 이제 시늉이라도 내게 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는 또 얼마나 소중한가.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모든 것이 다 미흡하지만, 우리가 이제까지 이룬 것들이 있다.
이것을 소중히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joonh@snu.ac.kr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1일 현재 우리 나라의 총 인구는 4천612만5천명이라고 한다.
유엔 인구전망에 의한 2000년 전세계 인구 60억5천504만9천명의 0.8%, 세계 25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GDP나 무역규모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나라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북한까지 합치면 나라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동북아의 한쪽 귀퉁이에 지나지 않지만 만만치 않은 "국력"을 가진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그런 나라가 왜 이렇게 걸핏하면 위기인가.
새 천년 첫해의 첫날, 우리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한국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경제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이 나라를 뜨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삶의 질을 거론하기도 하고, 정부의 무능과 부패, 정치의 실패를 지목하며 희망이 없다고 개탄하는 사람도 있다.
하기는 IMF 관리체제를 조기졸업했다는 듯 섣부른 자신감을 보인 정부를 믿었다가 꼼짝없이 상상도 어려운 액수의 공적 자금부담을 떠맡게 된 국민, 감자는 없다던 정부의 말을 믿고 주식투자를 했다 재산과 퇴직금을 날린 봉급생활자들에게 한국은 황폐한 들녘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친일파, 정상모리배가 해먹던 척박한 나라를 군사정권이 그나마 밥이라도 먹게 만들었는데, 소위 민주주의자라고 하는 위인들에게 정치를 맡겨 보니 그 동안 띠끌모아 이룬 남루한 재부마저 다 날려 버리고 말았다는 푸념도 마냥 모른 채 하기 어렵다.
국가부도위기에 몰려 세계자본의 눈치를 보면서, 무디스나 S&P 앞에만 서면 자꾸 작아지는 불안과 위축의 한 해였지만, 우리는 어쩌면 우리 자신을 너무 업신여겼는지도 모른다.
사실 외국에서 바라 본 우리 나라는 "대단한" 나라이다.
1950년의 폐허에서 맨주먹으로 불과 반세기만에 산업을 일으키고 군사쿠데타와 독재를 딛고 일어서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야기하는 나라, 세계 조선시장과 반도체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인터넷첨단을 지향하는 나라, 특히 한국을 좀 아는 사람들에게한국은 기적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에 강점당해 신음하다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이데올로기 대리전을 치르고 절망의 나락에 빠졌던, 천애고아처럼 불쌍한 나라였기에 세계대전의 추축국을 이끌며 맹위를 떨쳤던 독일, 라인강의 기적보다 더 놀라운 한강의 기적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처럼 짧은 기간에 놀라운 성취를 이룬 적은 없었다.
그런 나라가, 그 나라의 국민이 자기도 모르게 맥이 빠지고 있다.
안될 말이다.
우리는 성공해야만 한다.
제3세계 다른 나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아니 세계화의 대양에서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는 자본의 오만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비틀거려서는 아니 된다.
다시금 정부의 책임이 막중해 질 수밖에 없다.
당장 코앞에 닥친 경제난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벌써 경기부양책, 예산의 조기집행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미봉책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정치적 맥락에서 시도되는 경기부양이라면 그보다 위험천만한 일도 없다.
4대개혁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마무리짓는데 진력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반면 정치와 경제 모든 측면에서 게임의 룰을 확립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선단경제의 기선이 될 수는 없으며, 어떤 형태로도 시장과 민간부문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전횡해서도 아니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현직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이미 차기 정권획득을 위한 경기가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공론화되기 시작한 4년중임제 정.부통령제 개헌론은 차기가 아니라 차차기의 대안으로 심사숙고하는 지혜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경기진행중에 경기규칙을 바꾸면 패자의 승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설픈 정계개편을 시도하여 정치폐색을 빚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해서도 아니 된다.
어떻게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미대선의 혼란이 그런 대로 수습된 것도 당사자들이 경기중에 규칙을 바꾸려 들지 않고 심판의 판정에 승복하는 자세를 갖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정신적 공황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믿음을 되살려주는 일이다.
언제나 뒤늦게 실상을 깨닫고 허둥대며 뒷북만 쳐온 정부와 여당, 그리고 쓰면 뱉고 달면 삼키면서, 결국 악만 써댔던 야당의 행태는 정치적 절망을 깊게 할뿐이다.
건국이후 우리가 이루어 낸 성과들은 비록 불완전하지만 너무도 소중한 역사적 자산들이다.
어떻게 되찾은 나라이며, 어떻게 쌓아온 경제인가, 천신만고 끝에 이제 시늉이라도 내게 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는 또 얼마나 소중한가.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모든 것이 다 미흡하지만, 우리가 이제까지 이룬 것들이 있다.
이것을 소중히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
joon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