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백억원 달성은 벤처기업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새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KTB네트워크 김한섭 상무는 "첨단 제품일수록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 매출 1백억원을 넘기면 곧바로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며 "그래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들이 매출 1백억원을 넘긴 벤처기업을 코스닥 시장에 등록시켜 자본을 확충토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탄을 확보해 새로운 기술이나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라는 뜻이다.

회사의 틀을 다시 짜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매출 1백억원이 넘으면 직원 수나 현금흐름 규모가 사장 한 사람이 관리할 정도를 넘어선다.

이때부턴 조직이 필요하다.

회사 자금업무를 책임질 CFO(최고재무책임자)와 직원 관리 등을 맡을 COO(최고관리책임자) 등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줘야하는 건 물론이다.

이렇게 회사 조직을 재정비해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직과 시스템으로 기업이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매출 1백억원을 넘을 때 또 유의해야할 것은 수익성 유지다.

매출 규모가 커진 것 만으로 회사가 발전했다고 볼 순 없다.

성장보다 더 중요한 건 내실이다.

매출을 올린 만큼 적정수준의 수익을 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외형은 크지만 실속은 없는 기존 부실기업과 다를 게 없다.

매출 1백억원 규모의 벤처기업이 된다는 건 그만큼 많은 과제를 떠안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벤처기업의 1백억원 매출 달성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