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학년도 주요 대학 정시모집에서 상당수 수험생들이 합격위주로 하향안정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능시험이 유례없이 쉽게 출제돼 상위권 학생들이 크게 늘고 점수폭도 좁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득점자들이 상위권대 인기학과를 피함에 따라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크게 높아져 일부 대학의 경우 전체 지원율이 10대 1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 인기·비인기학과간 양극화현상도 더욱 두드러졌다.

취업전망이 밝은 유망학과와 예체능계 등에 지원자가 몰린 반면 인문계열에는 지원자가 크게 줄어 최근의 취업난과 ''신세대풍''을 반영했다.

한편 원서접수 마지막날인 29일 대부분 대학의 접수창구는 오후 들어 ''눈치작전''을 펼치는 수험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이들 수험생은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을 골라 막판 ''소나기 지원''을 했다.

◆하향안정지원=특차에 이어 정시에서도 하향안정지원 경향을 나타냈다.

특히 내년부터 새 대입제도 적용에 따른 재수기피 심리까지 겹쳐 이런 추세를 더욱 부채질했다.

또 특차에서 대거 탈락한 고득점자들과 경쟁하는데 부담을 느낀 수험생들이 눈높이를 한단계씩 낮췄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1시 현재 서울대 2.09대 1,연세대 3.25대 1,고려대 2.57대 1 등 상위권 대학들에 비해 홍익대 14.42대 1,경희대 5.74대 1,한국외대 4.25대 1,한양대 4.15대 1 등 중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높았다.

◆취업보장형 학과 인기=경영 경제 등 전통적인 인기학과들은 경쟁률이 낮아지거나 예년 수준에 머문 반면 실용학과 경쟁률이 높았다.

한양대의 경우 정원 30명인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라군)에 1천7백50명이나 몰려 58.3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희대의 경우 서울캠퍼스의 관광학부(다군)와 연극영화전공이 각각 23.6대 1과 22.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균관대도 정원 30명인 연기예술학과에 6백65명이 지원,22.1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컴퓨터교육과도 5.11대 1로 전체 경쟁률을 웃돌았다.

1백6명을 뽑는 홍익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에는 1천5백17명이 원서를 접수시켜 14.3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또 이 대학 신소재화공시스템공학부와 교육학과는 각각 29.63대 1과 27.4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상 오후 1시 현재)

◆여대 경쟁=남학생보다 수능점수가 낮은 여학생들이 남녀공학 대학 대신 여대로 대거 몰렸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를 제외한 숙명여대 성신여대 동덕여대 등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오후 1시 현재 이미 5대 1을 넘어섰다.

◆복수지원 증가=지난해의 경우 수험생 1명당 2.5∼3개 대학 정도에 복수지원했지만 올해는 4개 대학에 모두 복수지원한 수험생이 많은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네차례의 복수지원 기회를 모두 활용하는 이른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한 수험생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합격자 발표후 무더기 미등록 사태가 빚어지고 이로 인한 연쇄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합격선 분석=입시전문가들은 서울대 특차에서 탈락 고득점자들이 몰린 연·고대 상위권 학과와 중위권 대학들의 합격선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