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경제평론가인 복거일씨의 시 ''한국인, 서력 1980년대 2''는 이렇게 시작된다.

''노대의 화분에 물을 주며 내려다보니/삼층 병호네가 새로 산 차에 고사를 지내고 있었다/돗자리를 펴놓고/기관덮개 위에 좌정한 돼지머리에게/온식구가 절했다/문득 마음이 푸근해졌다''

병호네 아버지(혹은 어머니)는 절하면서 교통신호를 잘 지키겠다는 다짐도 했을까.

통계청이 내놓은 ''OECD국가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중 19.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중 두번째다.

일본은 8.6명.자동차 수는 인구 1백명당 우리가 23대,일본이 56대다.

차는 일본이 두배이상 많은데 교통사고율은 거꾸로다.

손해보험협회의 최근 조사결과는 왜 이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ㆍ부산과 도쿄ㆍ오사카에서 지켜봤더니 교차로 통행시 정해진 차로에서 좌ㆍ우회전을 하지 않거나 깜박이등을 안켜는 등 위반자가 일본의 12.5배나 됐다는 것이다.

끼여들기 금지의 경우 우리의 준수율은 81.8%,일본은 94.1%였다고 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지켜봤더니 일본 운전자들은 횡단보도 정지선을 1백% 지킨데 반해 우리는 99%가 침범했다는 96년의 한 언론 보도와 거의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실제 우리의 교통질서 의식은 형편없다.

과속은 물론 신호위반과 끼여들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차가 조금만 적으면 아무데서나 좌회전과 U턴을 하고 신호대기중 앞차가 조금만 늦게 출발해도 번쩍거리고 빵빵거린다.

노란불에 섰다가 뒤차 운전자로부터 삿대질을 당하는 수도 흔하다.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 사고의 50%이상이 교차로에서 일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물론 위반자들도 할말은 있다. 갑자기 차선이 하나로 합쳐지는 등 도로사정은 엉망이고,신호등이 탄력적으로 조절되지 않아 흐름을 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도측정카메라가 설치된 곳에선 모두 천천히 가고, 신호위반 감시카메라가 있으면 노란불에서 멈춘다.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보다 교통질서가 형편없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교통질서는 월드컵과 상관없이 지켜야 하는 기초질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