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책임경영''이 재계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를 전후해 경영 최전선에서 한걸음 물러났던 대기업 오너가(家)의 ''전면등장''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꽁꽁 얼어붙고 있는 기업 환경을 오너에 의한 책임 경영으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공감대는 일부 기업의 40대 경영인 발탁 등 세대교체 움직임과 맞물려 내년초 집중될 재계 인사의 새 기류로 자리잡을 조짐이다.

SK그룹이 최근 인사 시즌의 개막 테이프를 끊으며 오너가문의 30,40대 인사들을 주요 계열사의 경영 최전선에 포진시킨 것은 그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SK는 이달초 임원 인사에서 최태원(40)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37) SK텔레콤 전무와 사촌동생인 최창원(36) SK글로벌 전무를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

SK텔레콤 사장에 최 회장의 고종사촌형인 표문수(47) 사장이 기용된 건 ''오너가에 의한 신 책임경영'' 의지가 보다 분명히 드러난 것으로 재계에선 보고 있다.

이르면 오는 20일께 발표될 예정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현대건설 경영일선 복귀 선언도 재계의 관심사다.

정 회장의 현대건설 복귀를 계기로 현대자동차등 ''패밀리''그룹의 오너 경영이 보다 짙은 색채를 띠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내년부터 정몽구(MK) 회장에게 ''전문 경영인''으로서 대외 이미지를 보다 확실히 심어준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MK가 내년 2월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 시상식에서 미국자동차협회로부터 ''자동차산업 공헌상(DSC)''을 받는 것을 그 기점으로 한다는 등 ''액션 플랜''까지 마련해두었다는 전문이다.

LG에선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된 데 따른 책임론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내년 2,3월로 예정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될 전망이다.

IMT-2000 사업단의 박운서(61·LG상사 부회장) 단장 등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면서 그룹 분위기 일신을 겨냥한 세대교체폭과 오너 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산그룹에서는 ''오너 전면 부상''이 보다 뚜렷하다.

외환위기를 전후한 OB맥주 등 그룹 간판기업 매각과 함께 기우는 듯했던 ''패밀리''의 위상이 최근 한국중공업 인수라는 ''대어 낚시''와 함께 눈에 띄게 강화되는 분위기다.

한중 인수의 실무 사령탑을 맡은 박용만(45)전략기획본부 사장이 그 중심에 서 있다.

롯데그룹의 움직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이 차남인 신동빈(46) 부회장에게 경영 대권을 물려주기 위한 작업이 최근들어 한층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롯데는 내년중 신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신용카드업을 비롯 슈퍼마켓과 홈쇼핑 등 굵직굵직한 신규사업에 잇따라 진출할 예정이다.

박주병·김용준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