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당선자와 앨 고어 부통령이 한창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던 이달초 백악관은 6천명에 이르는 대통령임명직 연방정부 관료들에게 지난 15일까지 일괄 사표를 내도록 지시했다.

한국인으로 최고위직에 오른 고홍주(미국명 해럴드 고)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를 위시해 상무부의 정동수 금융서비스산업담당 부차관보,필립 윤 대북정책조정관 보좌관,오드리 최 경제자문위원회(CEA) 수석보좌관,중소기업청에서 각각 청장 자문관과 고문변호사로 있는 엘리자베스 김과 마크 김 등 줄잡아 10여명이 이 명단에 끼여 있다.

이들은 대통령취임일인 내년 1월20일 하루전까지 사무실을 비워줘야 한다.

반면 부시 등장과 함께 새 인물로 거명되는 한국인도 있다.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 재직시 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웬디 그램(한인 3세),캘리포니아에서 부시 지지운동에 적극 가담했고 재향군인회에서 경험을 쌓은 진교륜 등이 백악관 인사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신영 전외무장관의 막내딸과 결혼한 풍산의 유 진 회장도 부시 당선자와 절친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그의 향후 역할을 주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중 6천개의 연방 고위직에 약 2백명의 소수민족 인사들을 영입했다.

반면 텍사스주지사가 임명하는 자리 6천개중 22명만을 소수계로 채웠던 부시 당선자의 인사추세를 볼때 부시 밑에서 한국인들이 차지할 수 있는 기회는 클린턴 때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곳의 전망이다.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한국인 고위관료중에는 고국이 원하면 일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가진 사람들도 없지 않다.

우리정부는 오래전부터 외부영입을 외쳐왔다.

사실 이만한 인재군(群)은 흔치 않다.

하지만 외부영입인사 대부분이 무능하거나 조직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둔갑되는 것이 우리 실정인 점에 비추어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황소개구리 토벌''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온 우리사회의 분위기야말로 개혁과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인지 모른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