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사업자 발표장에서 안병엽 정보통신부장관은 "청와대에는 언제 보고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계기관에는 아침 10시에 보고했다"고 답변했다.

오전 10시는 사업자 선정 결과에 관한 보도자료가 기자들에게 배포된 시간이다.

하루전인 14일에는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이 기자실에 들러 "잡음이 나지 않도록 발표시점까지는 청와대를 포함해 아무곳에도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정통부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의혹을 사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심사위원 후보를 추천받았고 최근 2년간 정부나 사업신청업체로부터 용역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을 심사위원으로 뽑겠다고 했다.

뒷말을 듣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투명성 자체가 목표인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투명성에 집착한 것이 오히려 문제였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사업자 선정 수일전부터 정통부 안팎에서는 "투명하게 뽑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결코 목표가 아니다"거나 "지금 구도로는 정책의지를 반영하거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심사위원들이 통신정책을 결정하는 꼴이 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우려대로 정통부는 ''동기식과 비동기식의 균형발전''이란 정책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동기식의 뿌리인 CDMA(부호분할다중접속)기술 ''종주국''인 한국이 이동통신 1,2위 업체를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했다.

내년 2월 어느 업체가 동기식을 택할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에 대적할 만한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통부는 비동기식 사업자를 발표하고 나서 동기식 사업자에겐 출연금을 깎아주고 최적의 주파수대역을 배정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동기식과 비동기식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정했다면 처음부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도 마련했어야 했다.

어쭙잖게 ''업계자율''을 고집하다가 정책을 뒤집더니 결국 앞뒤 사정을 모르는 심사위원들에게 정책결정을 맡긴 꼴이 되고 말았다.

김광현 정보과학부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