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은행은 뜨는 해,대형은행은 지는 해''

요즘 미국 은행주(株)의 실적을 대변하는 말이다.

메가머저(초대형 합병) 열풍 속에 탄생한 거대은행들의 주가는 추풍낙엽 신세인 반면 소형은행들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경기둔화,부실채권 급증,금리인하 조짐 등이 빚어낸 결과다.

1년전만해도 사정은 달랐다.

투자자들은 대형은행 주식에 투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신디케이트론에서 인수합병 자문,증권발행업까지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은행들은 특히 인기가 높았다.

반면 주택담보부대출 은행과 한국의 상호신용금고 및 새마을금고 등에 해당하는 저축대부조합(S&L) 등 소매금융전문 소형은행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러나 미국경제 전선에 먹구름이 끼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빠지자 큰 은행에는 부실채권이 쌓여갔다.

덩치가 큰 은행일수록 기업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제 ''대형=부실''을 의미하게 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대표적인 예.

이 은행이 지난 6일 무담보 채권이 10억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7.7%나 폭락했다.

반면 개인을 주고객으로 하는 소형은행들은 부실의 안전지대로 떠올랐다.

기업대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담보부 대출''이란 영업방식도 한몫했다.

소매금융 은행들은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담보를 팔아 부실을 메울 수 있다.

이런 내실 덕에 골든웨스트,아스토리아의 주가는 연초의 최저치에 비해 각각 1백31%,1백22%나 뛰었다.

하지만 이들의 랠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살로먼 스미스바니의 애널리스트 토머스 오도넬)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미국의 경기악화 덕분(?)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부실채권은 더 쌓이게 마련이다.

그만큼 대형은행들의 리스크가 높아진다.

호황기의 백화점식 사업확장 역시 대형은행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금융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은행업 실적이 악화되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 바로 대형은행이었다.

최근의 금리인하 전망은 소형은행에 호재를 하나 더 얹어줬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리면 저축대부조합의 주가가 40% 추가상승할 것으로 오도넬은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닥칠 경기침체의 찬바람을 견뎌낼 은행도 메가머저뱅크가 아니라 작지만 강한 소형은행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