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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조의 '風水산책'] (2) '명당 찾기서 명당 만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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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풍수에 대한 관심은 조상 덕 좀 보자는 이기적 관점에서는 크게 벗어나 있다.

    과거에는 시골이라는 전원풍 취향의 풍수에 관심을 가졌었다면 지금은 도시 속에서도 명당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란 표현도 적절하다고 본다.

    나는 금년에 명당은 다른 곳과는 색다른 특정의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 마음 속에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교과서적인 유명 풍수 서적을 이 잡듯 뒤진 것도 아니고 고명한 풍수 이론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도 아니다.

    오직 풍수와는 무관한 부모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야 옳다.

    ---------------------------------------------------------------

    농사짓던 아버님의 농토와 농작물에 대한 사랑은 그 자체가 풍수적이기 때문에 덧붙일 말이 없다.

    풍수는 기본적으로 땅에 대한 사랑을 출발점으로 삼기에 그러하다.

    이미 이승을 떠나신 아버님은 생전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걸음이 무척 더디셨다.

    그래서 들판을 걸을 때면 마치 고뇌에 찬 사색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당시에는 무척 갑갑하게 느꼈지만 결국 그런 경험으로부터 땅과의 대화 방법을 배웠다고 깨닫게 되었으니 아버님의 가르침이 어찌 깊지 않았다고 할 수 있으랴.

    한가지만 덧붙여두자.

    아버님은 자식이 풍수 공부하는 것을 조금은 못마땅하게 여기신 분이다.

    아마도 땅으로부터 정직한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땅에 빌붙어 그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잘못된 풍수를 풍수로서 받아들이고 계셨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여든이 넘은 어머님은 본래 낙천적인 성품에 매사를 좋게만 보는 어른인지라 나같이 소심하고 걱정많은 인간에게는 늘 삶의 귀감이시다.

    한데 바로 금년봄 그런 어머님으로부터 내 평생 가장 소중한 가르침을 받았으니 이 무슨 조화바람일까.

    우리 집은 서울 봉천동 관악산 바로 밑이다.

    문을 나서면 그대로 관악산인 곳이다.

    당연히 이런 곳으로 처소를 삼은 것은 사시사철 산 풍경을 볼 수 있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우리집 바로 앞에 7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우리 부부는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군에 간 아들 녀석은 휴가 나왔다가 그 꼴을 보고는 당장 달려가 일전불사할 태세이고 딸 아이는 그런 일 하나 막지 못하는 아버지를 못미더워하는 눈치였다.

    이때 어머님이 출현하신 것이다.

    "야, 그 참 잘 되었다. 너희 집은 서향 아니냐. 그래서 여름엔 더워도 문도 못 열고 커튼을 겹겹이 치고 살았는데 이제 그 걱정 덜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으냐?"

    처음 그 말씀을 듣고는 잠깐 동안이지만 망연자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머님은 건강이 아주 좋으신 편인데 갑자기 노망이라도 드신건가 하는 걱정이 뒤를 따랐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어머님의 그 말씀을 벼락치는 소리로 곧 인식하게 되었으니까.

    그게 얼마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인지는 모르겠다.

    몇 분 후인지 아니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 가늠이 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평생 풍수 공부를 해오면서 처음으로 깨달음을 얻는 기분이었다.

    ''그렇구나. 조금 전까지 이 집이 망할 집처럼 느껴졌는데 그 한 말씀으로 최고의 명당으로 바뀌게 되다니'' ''명당은 어느 산 깊은 곳에 꽁꽁 감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 속에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 말이다.

    그 후로 나는 명당관을 바꿔 버렸다.

    제 마음에 맞지 않으면 이론상 최대의 명당이라도 지옥일 뿐이고 제 마음을 고쳐 먹으면 어디라도 명당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

    풍수의 풍자도 모르는 어머님으로부터 명색이 풍수 전문가라는 사람이 최고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난 이제 풍수에서 떠날 때가 가까웠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풍수 공부가 마음공부라면 풍수가 더 이상 내게 해 줄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해서 해 본 소리다.

    물론 건방진 소리고 풍수 공부는 끝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풍수를 참 좋아한다.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풍수를 격렬하게 논박하던 사람도 자신이 상을 당하면 내게 산소자리를 부탁하는 일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는 남녀노소도, 종교도, 교육 정도도, 사회 계층도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심지어는 북한 사람들도 풍수에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직접 목도한 일도 있다.

    풍수에 대한 북한 교과서의 설명은 ''봉건도배들의 터잡기 땅놀음''이란 것이다.

    공식적으로 북한에서 풍수는 사라져야 할 못된 미신이며 따라서 관광지의 젊은 안내원들은 풍수를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황해도 구월산을 오를 때 나는 동행한 북녘 사람들에게 이 산은 양기탱천(陽氣撑天)하는 산이므로 저 산을 향하여 소변을 보아서는 안된다고 농반진반으로 말을 꺼냈다.

    그런데 구월산에 오르고 난 다음 그들의 태도는 풍수에 관한 그들의 공식적인 입장과 너무도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들은 소변 볼 때마다 지금 어디를 향해서 일을 보면 되는지를 매우 진지한 태도로 내게 묻는 것이었다.

    젊은 안내원들도 풍수를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 할아버지 산소는 어디 모셨느냐고 물으면 아주 좋은 명당에 잘 모셨다고 대답하는 식이다.

    나는 그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난하지 않는다.

    남한의 최고 지식인들의 풍수에 관한 이중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까닭에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자란 북한 주민들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그들의 그런 의식 구조를 엿보며 이러한 민속적 저변 인식이 앞으로 통일을 맞았을 때 동질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방책이 될 것이라는 희망까지 갖게 되었으니 가외의 소득이었던 셈이다.

    풍수란 한반도의 풍토에 어울려 살아가면서 쌓아 올린 우리 겨레의 땅에 관한 지혜다.

    풍수는 땅의 질서와 인간의 논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점과 갈등 속에서 어떤 합치점을 찾고자 하는 전통적인 지리학이다.

    땅에는 땅대로의 존재 근거와 존재 질서가 있는 것이고, 사람에게는 사람대로의 생존 본능과 윤리와 사고방식이 있다.

    땅이 가지고 있는 고집은 그것대로 필요가 있어서 있는 것일터이고,사람의 이기심 또한 나름대로 본능의 발로일 것이지만, 이 양자가 갈등을 일으키는 속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다운 삶이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풍수에 내포되어 있는 사상성이 그런 갈등 관계에 화해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다행히 우리의 자생풍수에서는 땅을 어머니로 보아 병드신 어머님에게 침을 놓아 드리듯, 명당이 아닌 땅을 고치는 비보(裨補)의 방법이 있다.

    우리가 명당을 찾아나서는 풍수가 아니라 전국토를 명당화하자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비보풍수에서 나오는 것이며, 이 점 앞으로 여러가지 사례를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본사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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