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벌인 민관(民官)합작 사업들이 대부분 ''부실 덩어리''가 돼 버렸다.

예산을 절감하고 수익을 올리겠다며 일을 벌였지만 오히려 재정을 압박하는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지방자치단체에 전문지식과 경영마인드가 부족한 데 있다.

또 ''사업장''을 퇴직 공무원의 일자리로 여기는 등 지자체의 자세가 구태의연한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부산시가 수익사업을 위해 민간업체와 합작투자해 설립한 부산관광개발은 작년에 16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누적적자가 3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97년10월 39억원을 들여 관광선 ''테즈락호''를 구입,유람사업에 나섰지만 이 배는 관광선으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인 데다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할 수 없이 배를 매물로 내놓았으나 1년이 지나도록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산시가 출자한 부산종합화물터미널은 작년 적자가 무려 57억5천만원에 달했다.

토지 매입비가 과다하게 들어간 데다 수요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결과다.

대전시가 세운 대전종합정보센터는 최근 회사명이 ''케이쓰리아이''로 바뀌며 출자자 가운데 한사람인 고모씨의 개인사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변질됐다.

이 센터는 대전시와 4개 구청,배제대,한국통신 등이 모두 23억원을 출자해 종합 벤처인큐베이팅회사로 출범했으나 사업부진으로 사실상 출자금을 날린 상태다.

대전시가 지난 97년 첫 민자유치 사업으로 추진하던 대전동물원 조성사업은 시민들에게 부담만 안긴 채 공중에 떠 있다.

합작기업인 태일개발의 부도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지자 8백억원대의 공사를 대전도시개발공사에 떠넘겨 공사가 거액의 예산을 쏟아부어야 할 처지다.

울산시가 민관합작으로 추진한 일산유원지 개발사업도 시행자인 한진중공업이 공사 도중에 사업을 포기,사실상 무산될 위기다.

모두 2천80억원을 투입,대규모 해안위락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지만 1단계 사업만 마치고 중단됐다.

이밖에 민관합작으로 추진한 대구 복합터미널,충남 천안의 중부 농축산물 물류센터,경기도 안산의 도시개발 사업 등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해 만든 기업중 16곳이 적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18곳이 흑자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대구종합무역센터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경남무역 목포농수산 등을 제외하면 흑자액이 1억∼2억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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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과 대책 ]

지방행정 전문가들은 사업계획 부실과 공무원의 간여가 민관합작사업 부실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우선 합작기업의 경영진을 자치단체에서 내려온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이 맡아서는 제대로 경영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계명대 행정학과 윤영진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벌인 민관합작사업 가운데 애시당초 기획 자체가 잘못된 것들도 있지만 사업성이 있는 것도 경영부실로 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쟁"과 "서비스"에 익숙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경영책임을 맡아 민간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사업성과 수익성이 강조되는 자리는 무조건 민간 전문가를 공개채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함께 철저하게 수익성을 따지는 자세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토단계 부터 공동출자하는 민간기업이 주도가 돼 경쟁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짜야 실패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것이다.

김태현.하인식 기자 hyu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