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야,인형아 이게 얼마만이냐…"

지난번 1차 상봉 때 ''아름다운 양보''의 주인공인 우원형(67·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30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에서 여동생 옥희(64)씨와 남동생 인형(61)씨를 만나 반세기 생이별의 아픔을 씻으려는 듯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10대에 헤어졌던 3남매는 모두 60대 반백의 노인이 돼 번갈아 얼싸안고 부벼대며 골육의 정을 확인했다.

옥희씨는 오빠 원형씨의 손을 부여잡고는 "지난번에 오빠가 살아서 나를 찾는 것을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동생 인형씨는 "형이 떠난 뒤 어머니는 하루도 형 이야기를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면서 빛바랜 부모님 사진을 건넸다.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원형씨는 "50년 세월이 원망스럽다"며 풍수지탄(風樹之歎)의 신세를 한탄하다 결국 "아버님 어머님은 언제 돌아가셨더란 말이냐,불효자 큰 아들이 이렇게 왔는데"라며 얼굴을 감싸쥐고 오열했다.

지난번 8·15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때 1백9세인 노모의 사망사실을 확인한 장이윤(72)씨에게 방북기회를 양보했던 원형씨는 석달 보름을 기다려 두 동생을 만나 더욱 기쁨이 컸다.

장씨에게 양보한 뒤 이처럼 빨리 북에 갈 수 있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는 원형씨는 대한적십자사의 배려로 1차 상봉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방북단에 뽑혔다.

원형씨는 경기도 개풍 출신으로 개성상업중학교 4학년 때인 지난 51년 가족을 모두 남겨두고 홀로 월남한 실향민.

원형씨는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두 동생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눈물을 닦고는 50년간 듣지 못했던 북쪽 가족의 이야기를 동생들로부터 들었다.

원형씨는 선물로 가져온 반지와 시계,약간의 미국 달러 등과 남한의 온 가족이 모여 찍은 사진을 1일 개별상봉 때 동생들에게 전해줄 예정이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