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애물 경주"의 시작"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파일공유서비스업체 냅스터와 메이저 음반사인 BMG의 모기업 독일의 베텔스만이 지난달말 전격적인 제휴에 합의한뒤 내려진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의 이면에는 음반업계의 복잡미묘한 절박함이 그대로 배어 있다.

냅스터와 5대 메이저 음반사간의 저작권 소송이 중대고비를 맞고 있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발표된 이번 제휴는 업계전반과 음악팬들에겐 일대 충격이었다.

불법적인 음악파일 배포라는 논란을 차치하고 냅스터의 향방에 따라 기존 음반업체들은 자칫 베텔스만에 고스란히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새로운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냅스터와의 제휴를 온라인시대를 맞아 새롭게 변신하기 위한 베텔스만의 승부수라고 지적하고 일단 양측간의 필요에 의해 결정된 올바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냅스터의 경우 음반사와의 제휴 또는 협력을 통해 사업을 합법화하는 것 외에는 달리 생존의 방도가 없고 베텔스만 입장에서도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냅스터의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베텔스만과 냅스터의 제휴가 성공적으로 가입자 기반 유료서비스로 이어진다면 여타 메이저 음반사들도 적극 동참, 새로운 PtoP(Peer to Peer)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장애물이 너무 많은게 사실이다.

새로운 가입자기반 서비스가 실시되려면 일단 음반업계내의 세력 다툼이 조율되어야 한다.

저작권 분쟁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3천8백만명에 이르는 기존 냅스터 이용자들을 고스란히 고객으로 붙잡을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과제다.

그래서 비즈니스위크는 이번 제휴를 "과감하고 계시적이며 또한 복잡한 딜"로 규정했다.

그러나 베텔스만의 입장과 목적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음반사업 뿐아니라 그룹의 미디어-콘텐츠사업을 디지털화해 온라인시대의 미디어 거인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모든 지식재산권을 디지털로 포장한뒤 온라인에 올림으로써 새로운 정보기술시대의 비즈니스모델을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양측간의 계약 내용이 자세히 공개되진 않았지만 냅스터는 베텔스만으로부터 약 5천만달러를 투자받아 새로운 가입자기반 유료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베텔스만은 나머지 4개 메이저 음반업체들을 사업에 끌어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위 미디어업체인 베텔스만은 지난 1835년 자그마한 성경출판업체로 출발, 1백50년동안 큰 기복없이 성장해 왔다.

99회계연도(99년 7월1일~2000년 6월30일)에 1백6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순익은 전년동기보다 45% 늘어난 6억7천1백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휘트니 휴스턴과 퍼프 대디 등 일급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음반사업과 "패런츠"와 "패밀리 서클" 등 1백여개 유명 타이틀을 보유한 잡지출판부가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없이도 아직까지는 건재한 셈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북클럽 등 일부 사업부문은 적자를 내고 있다.

결국 온라인화의 물결을 따라잡지 못할 경우 출판사업 등 주력 부문의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의 성장둔화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는 동시에 온라인사업의 선점효과를 노리겠다는게 이번 제휴의 노림수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냅스터와의 전격적인 제휴는 미국적인 미디어-온라인 결합모델로 불리는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에서 베텔스만이 적잖은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상황은 좀 다르지만 타임워너가 온라인 네트워크시대를 맞아 최강의 인터넷업체 AOL을 생존 카드로 택한 것처럼 베르텔스만은 냅스터를 향후 온라인 전략의 핵으로 삼은 것이라는 얘기다.

냅스터를 끌어들인 베텔스만이 그룹 전체 매출의 2.5%에 불과한 온라인 사업부문에서 "신화"를 일굴 수 있을지 세계 모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