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일본 모리 내각에 대한 불신임 표결 이후 엔화 환율이 급류를 타고 있다.

올해들어 1백10엔 이하 수준에서 움직였던 엔화 환율이 24일에는 9개월 만의 최고치인 1백11엔대로 상승했다.

최근 엔화 환율이 오르는 것은 미국경제보다는 일본경제가 원인을 제공해 주는 측면이 강하다. 지난 10년간 호황을 누려온 미국경제는 3·4분기 성장률이 2.3%를 기록할 정도로 연착륙 조짐이 뚜렷하다.

반면 일본경제는 지난 8월 제로금리정책을 포기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경기재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측기관들은 상반기 2%대의 성장세를 보인 일본경제가 최근 들어서는 1%대로 주저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모리 내각 불신임 표결 이후 정치권이 표류하고 있는데다 계속된 주가하락으로 일본내 외국인 자금들이 이탈하고 있다.

앞으로 엔화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마디로 일본경제 자체적으로는 엔화 환율의 상승세를 반전시킬 만한 요인이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일본경제를 부양시킬 수 있는 정책수단이 제한돼 있다.

국가채무가 국민소득의 1백32%에 달하고 있는 상태에선 추가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회복을 모색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일본은행도 논란 속에 제로금리정책을 포기한 이상 금리를 다시 내리면 정치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경제 내부적으로도 경기회복의 관건인 민간소비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

일본국민들은 미래가 불확실함에 따라 금리수준과 관계없이 저축해 놓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

금융기관들도 부실채권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들에 자금을 제때에 공급해 주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제투자가들은 안전통화로서 달러화를 보유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더욱이 차기 미국정부가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시점이다.

만약 이런 요인들이 고스란히 반영된다면 엔화 환율은 내년말 1백30엔이 넘어설 것으로 환율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이 경우 엔화 환율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인 것은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올해만 4천억달러가 넘어설 정도로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이에 따라 차기 미국정부는 경상수지적자를 줄이는 문제가 최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엔화 환율이 크게 상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러시아 채무상환 불이행(모라토리엄)사건 이후 우리 경제에 커다란 도움을 줬던 엔화 환율이 상승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그동안 많은 지적이 있었으나 우리 수출상품은 여전히 엔화 환율에 의존하는 천수답(天水畓)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처럼 원화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엔화 환율마저 상승될 경우 다시 원화 환율이 급등하는 악순환 국면에 빠질 우려가 있다.

현 시점에서 정책당국과 기업들이 미국의 통상압력과 함께 엔화 환율의 상승세에도 대비책을 강구해 놓아야 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