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 민주당 의원 cma2000@polcom.co.kr >

지난주엔 국제회의가 열린 인도를 다녀왔다.

아시아·태평양 아동·인구·환경 의원연맹(APPCED)이 주최한 회의로서 주제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

인더스문명과 불교의 발상지,사색과 명상의 나라,세계적 문화유산 타지마할이 있는 곳,무엇보다 일제에 시달리던 한국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시성(詩聖) 타고르와 간디의 나라….

인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며 뉴델리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뉴델리에 도착하니 시내 거리는 잘 보이지 않고 또 금세 목이 따가울 정도로 대기오염이 극심했다.

차선을 무시한 차량행렬은 서로 비키라고 빵빵대며 막무가내로 내달린다.

인도사람들은 집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밖에서 용변을 본다.

이른 아침이면 큰일(?)을 보고 손을 씻기 위해 한 손에 물병을 들고 집밖으로 나오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최고급 신형 벤츠가 달리는 도로에 소나 돼지가 유유히 다니는 광경을 볼 때는 가장 인도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회의개최지까지 가는 도중 방문한 오래된 성문 앞에는 구걸하는 어린애들이 우글거리며 외국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리의 광경만 보아도 인도에서는 빈부격차가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수천년을 이어온 카스트제도가 유지되고 있어 그림자만 닿아도 재수없다며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불가촉천민''도 있다.

그런 인도가 로켓 발사기술을 갖고 있고,또 소프트웨어 시장점유율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이 뿐만이 아니다.

노벨상을 6개나 탔으며 기초과학과 첨단기술을 보유한 ''막강한 나라''다.

벤츠와 우마차,귀족과 천민,최첨단 과학문명과 아득히 먼 농경문화 등 극과 극이 함께 있는 곳이 인도인 듯 하다.

거리에서 본 대다수 사람들은 아예 깰 수 없는 종교적 신분적 한계로 기회조차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삶에 대해 그다지 의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돌아오는 비행기내에서 1주일만에 듣는 국내뉴스는 아웅다웅 시끄러움 뿐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나의 조국은 내게 희망을 준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미 우리는 국난극복정신과 화합의 마음으로 일어선 국민들이기에,우리의 조국은 무궁한 잠재력으로 더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