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3년동안 한국 경제는 성장이나 외환보유액 등 거시경제 차원에선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은 미진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고 정쟁으로 금융개혁에 필수적인 공적자금 추가 조성과 개혁입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화 환율은 20일 11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3년전으로 돌아가는 듯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구조조정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 신속히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환율.주가 불안 =지난 1개월여동안 달러당 1천1백30원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원화 환율이 20일 1천1백54원까지 오르는 폭등세를 연출했다.

한국은행 이창복 외환시장팀장은 "필리핀 대만 등 동남아 국가의 환율불안 심리가 한국으로 파급된 것"이라며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우려가 불안심리를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환율은 정치 불안을 이유로 올들어 15∼25% 오른 상태다.

종합주가지수도 올초 1,000포인트를 넘나들었으나 지금은 530포인트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환위기전인 97년 6월말 745포인트였던 주가지수는 97년말 376포인트로 추락했었다.

◆ 정쟁으로 구조조정 표류 =세계가 주가.통화 동반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97년과 닮았다.

검찰총장 탄핵 여부로 여야가 대치하면서 공적자금 추가조성 동의안은 언제 통과될지 미지수다.

공적자금조성 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금융기관 부실은 더 커지고 금융구조조정은 물건너가게 된다.

예금자보호법 상호신용금고법 개정안 등 30여개의 각종 개혁.민생법안의 심의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97년엔 한국은행 독립과 기아자동차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 노사분규와 집단이기주의 =노사분규가 대거 발생하는 것도 3년전과 닮은 꼴이다.

증권거래소 노조는 주가지수선물거래 이관에 반대, 실력행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전력 노조는 회사 분할매각에 반발하고 있다.

증권업협회는 코스닥시장 분리에 반대해 파업에 들어갔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금융노련 등 노동단체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감축에 반대해 총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97년에도 기아자동차 노조는 몇달을 파업으로 보냈다.

◆ 경기도 하강기 =97년 상반기 6.2%에 달했던 성장률은 하반기 4.9%로 떨어졌다.

3년이 지난 지금 반짝했던 경기가 급속히 둔화되는 양상이다.

경제성장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크게 둔화되고 있으며 투자 심리도 차가워지고 있다.

64메가D램 현물가가 개당 4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수출주력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국제유가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 늘어난 외환보유액 =유일하게 97년과 다른건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IMF가 한국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97년 12월3일 57억달러까지 줄어들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15일 현재 9백33억달러로 증가했다.

만기 1년미만인 단기외채는 97년말 6백36억달러에서 지난 9월말 4백68억달러로 감소했다.

97년 8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는 올해 1백억∼1백20억달러 흑자를 낼 전망이다.

서강대 김광두 교수(경제학)는 "IMF 위기 초기로 돌아가 각 경제주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고통을 분담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리더십을 회복하는게 위기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