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업체들이 비 신용장 방식의 D/A(서류인도조건) 수출환어음을 할인받지 못해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빚어졌던 환어음 네고난이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수출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D/A한도가 있어도 은행에서 D/A 환어음을 할인받지 못해 자금이 묶이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현대전자는 은행들이 D/A네고를 꺼리면서 5억달러 가량의 네고를 하지 못한 D/A를 쥐고 있다.

D/A는 주로 해외 영업법인과 90일 이상 외상 결제조건으로 거래하는 형식으로 은행에서 할인을 받지 못하면 그 기간만큼 돈이 묶이게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D/A 네고잔고가 10억달러로 한도(18억달러)를 훨씬 밑도는데도 은행권에서 네고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전자 해외법인의 매출채권은 IBM,휴랫팩커드,델,컴팩 등 초우량기업의 것이 대부분으로 D/A 할인에 따른 위험이 거의 없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주)쌍용의 경우 D/A할인 한도가 3억달러로 연초 대비 40%가량 줄어 해외 시장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전자부품업체도 최근 D/A네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은행들이 여신한도 초과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제히 여신축소에 나서면서 D/A뿐 아니라 신용장 여신한도까지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은행들이 연말 금융 구조조정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D/A환어음 네고를 꺼리는데 따른 것이다.

D/A네고는 1백% 위험가중자산으로 산입돼 해당 은행의 BIS비율을 떨어뜨리게 된다.

수출업계는 D/A 네고난이 더욱 심화될 경우 수입의뢰가 있어도 정상적으로 물건을 내보내기 어려워져 전체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D/A 수출비중이 높은 전자 및 자동차 메이커들은 D/A네고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외국계 은행으로 거래관계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LG전자는 은행이 BIS 비율 때문에 네고를 꺼린다는 점을 감안해 D/A수출과정에서 수출보험공사의 부보를 들고 있다.

부보를 들면 전체 물량의 10%만 위험가중자산에 포함돼 은행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일부 회사들은 D/A난이 가중됨에 따라 바이어에게 신용장 거래방식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바이어는 신용장 개설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수출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무역협회 염동철 무역지원실장은 "매출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고 획일적으로 위험자산으로 간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은행들이 원활하게 D/A할인을 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익원.이심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