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웨덴의 군나르 뮈르달은 ''아시아의 드라마''에서 남아시아 빈곤의 원인은 인구과잉이나 자원부족 등 경제적 요인 이외에 부패가 심각한 요인이라면서 "남아시아에서의 부패문제는 정치나 경제활동에 있어 자연스러운 윤활유로까지 생각됐다.

부패는 정치인이나 고급관리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부문에 만연돼 하나의 ''민속''이 됐고 이렇게 형성된 ''부패라는 이름의 민속''은 분노의 대상이 아니라 질투의 대상이다.

뇌물 연고관계 급행료 등으로 형성된 부패가 기업경영의 주요 변수가 될 때 부패는 정부에 대한 존경심과 정책의 효과를 감퇴시키고 사회전반에 비합리성을 높여 경제발전의 강한 저지요인이요 저해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패는 기업활동뿐 아니라 교육현장에서도 자연스런 ''윤활유''가 되고 ''질투''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한빛은행''과 ''동방금고''의 불법대출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감독해야 할 사람이 봐주고 권력층 주변에 있으면 계급이 낮아도 아무 데나 말발이 서는 세상이 됐으니 거액의 ''윤활유''가 오가는 것은 당연하고 권력주변의 자리는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번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국무총리의 밥값만 5억5천만원''이라고 논란이 되다가 환경부장관의 판공비가 99년 3천4백만원에서 올해 1억4천3백만원으로 4배가 늘었다고 시비가 일어났다.

한국통신에선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하여'' 판공비로 19억원어치 술을 마시고 안마도 하고 이발도 했다.

한국전력에서는 ''이사회 운영 효율화 협의''를 위해 지난 제헌절에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판공비를 썼다니 점입가경이다.

어떤 벤처기업인은 하루 1천만원이 넘는 술값을 썼고,가족의 결혼비용 6천만원을 회사경비로 지급했다고도 했다.

공(公)에 쓴다(辦)고 정해진 판공비가 사(私)에 마구 쓰여지는 것은,이제 공직자나 민간인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판공비의 ''판사(辦私)''도 이미 민속화됐다.

공직자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판사''했다면 민간은 국민이 ''낼''세금으로 ''판사''한 것이 다를 뿐,모두가 세금을 축내는 부정이요,뇌물이 적극적인 부패라면 이것은 소극적인 부패다.

선진국에서 공직자들은 주로 구내식당에서 검소하게 접대하고 기업의 접대비도 1인당 1백달러 정도를 한도로 ''사업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요건으로 규제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에 와서 부패를 막기 위해 공직자는 ''서서 하는 파티''에만 공짜로 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지난주 국회에서 여당대표는 사정당국에 ''공직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사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잔치에 돼지 잡듯이'' 때만 되면 들고 나오는 ''공직사정''은 수없이 경험했지만 언제나 부패는 잠복했을 뿐 사라지지는 않았다.

힘있는 사람에게는 알아서 기고 눈도장이라도 찍어야 살아남는 세상! 법이나 규정보다 높은 사람의 지시나 뜻을 따라야 자리 보전하는 풍토! 박봉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공직사회에 어른거리는 끊임없는 유혹들!

이러한 토양에서 부패는 자라나고 힘이 있으면 ''떡값''이고 액수가 크면 ''정치자금''이 되는데,힘도 없고 액수도 적으면 ''뇌물''이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졌다.

누구도 지키기 어려운 선거법을 만들어 놓고 위법이나 탈법으로 당선될 수밖에 없는 선거풍토에서 당선된 사람들 중 부패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이며,누가 누구에게 사정을 촉구한다는 말인지….

"2백년 전까지 부패가 만연했던 서구에서는 정부의 활동이 최소한으로 축소됐던 자유주의시대에 상류계층의 기독교적인 도덕성 확립과 하류층의 처우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지고,특히 하급공무원에 대한 보수와 사회경제적 지위가 크게 개선되면서 부패는 사라져 갔다"는 뮈르달의 말이 공직자에 대한 사정촉구보다 더 큰 공감이 간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간음하다가 잡힌 여자를 끌고 와 돌로 치자고 했을 때 예수께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하니 양심에 가책을 받아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여자만 남았더라"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