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에는 고유의 리듬과 음악이 있다''

7년째 뉴욕 오프브로드웨이(Off Broadway·브로드웨이보다 실험적인 작품이 많이 오르는 곳)를 달구고 있는 비언어 퍼포먼스 ''스텀프(STOMP)''의 기본철학이다.

11명의 배우들이 쓰레기통 뚜껑을 두드리고 드럼통을 신고 걸으며 지퍼라이터를 찰칵이는 것도 이런 믿음을 확인하는 행위다.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청각과 시각을 자극하려고 덤벼든다.

그래서 ''젊음의 역동성이 창조하는 리듬과 비트,소리의 퍼포먼스''라는 멋진 수식어도 얻었다.

좀더 솔직히 얘기하면 폭발적,도발적이고 섬세하며 섹시한 상상력이 거침없이 뿜어져 나오는 전위작품이다.

그만큼 전염성도 강하다.

10대에게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신나는 비트에 몸을 실으라고 말하고 20대에게는 감각적이고 파격적인 아이디어에 눈뜨라고 한다.

30~40대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갖고 무료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라고 부추긴다.

이 브로드웨이의 기린아들이 다시 한국팬들을 찾는다.

오는 28일부터 12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아름다운 소음''을 들려줄 예정이다.

스텀프에는 되새겨볼 만한 대사가 거의 없다.

고정된 이야기구조나 줄거리도 없다.

하지만 없는 것이 많아서 역설적으로 얻은 것도 많다.

지리적 인종적 언어적인 요소에 구애받지 않아 세계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다.

송승환씨의 ''난타''가 국내외적으로 히트를 친 것이나 타악그룹 공명,푸리,사물놀이패 두드리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 중요하게는 관객들도 놀이에 함께 빠져드는 참가자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흥성을 강조해 언제든 극이 새롭게 변형되는 것도 시대적 분위기와 어울린다.

스텀프는 ''발을 세게 구르는 춤''이란 뜻.

큰 부츠를 신고 먼지가 이는 무대를 ''쾅쾅'' 걸어오는 이미지에서 연상된 타이틀이다.

이 작품은 1980년대 초 영국 브리튼에서 시작한 버스킹(busking·행인을 상대로 하는 거리퍼포먼스)으로 출발했다.

이후 TV출연과 유럽 순회공연,맥주브랜드 광고 등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91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는 ''길거리 코미디뮤지컬''로 주목받았다.

94년에는 영국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올리버어워드 등 상을 받았고 같은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전세계 2백여 도시를 돌면서 세계곳곳에 팬들을 심고 있다.

"스텀프 뒤에 숨은 아이디어를 영화로도 만들고 싶다"는 제작자의 말이 더욱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02)580-1300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