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 고려대 교수 / 경제학 >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멀티비전 매체의 대중화는 신문의 존재를 위협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문도 신문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리면서 여러 가지 시대 추세에 부합하는 변화를 모색하여 왔다.

특히 신문은 텔레비전, 인터넷과 같은 매체보다 속보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신문은 이러한 약점을 뛰어난 해설 기능과 심도있는 분석능력으로 극복해 오고 있다.

지난 한 주의 주요 현안은 무엇보다도 대우자동차부도 사태와 미국 대선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러한 현안들에 대한 독자의 관심에 부응키 위해 다양하고 전문화된 내용의 분석과 해설을 실었다.

대우자동차는 지난해 8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15개월 동안 매달 1천억원씩 신규 자금을 공급했지만 부실의 늪은 깊어만 갔다.

이제 최종 부도처리된 대우자동차는 운이 좋으면 법정관리로 가고,그 이후 해외매각될 것이지만, 18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안하면 완전 청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되었다.

당장 대우자동차에 대한 채권행사를 못하게 됨에 따라 1만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상당수가 연쇄 부도에 직면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업체에 종사하는 60여만명에 달하는 종사자의 대규모 실직도 큰 걱정거리다.

독자들은 여기서 대우자동차가 자구안을 제시한지 채 열흘도 안돼 부도가 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이에 대해 ''노조와 채권단의 갈등이 파국을 불러 왔다''는 부도난 배경에 대한 해설 기사를 실었다.

풍전등화와 같은 회사의 운명 앞에서 회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노조가 끝까지 동의하지 않고 공멸의 길을 택한 것이었다.

나아가 한국경제신문은 법정관리 후 대우자동차의 처리방향에 대해 시나리오별 분석도 부가했다.

사실 지금 경제 주체들이 해야 할 일은 대우차 부실의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반성하여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 논리를 배격하고 철저한 경제논리와 시장경제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풀어간다는 대 명제만 있을 뿐이다.

한국경제신문의 9일자 3면에 걸친 대우자동차 기사에는 이러한 대원칙 하에서 대우자동차의 앞으로의 향방을 분석하고 있어 경제신문으로서의 전문성이 돋보였다.

지난주 미국 대선은 선거 후에도 혼전과 혼미를 거듭했다.

경제신문을 구독하는 전문화된 독자들은 여러 정보 중에서, 미국 대선과 경제에 관한 기사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은 8일자 신문을 통해 부시가 당선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고, 고어가 되면 금리가 인하된다는 재미있는 기사를 실었다.

뿐만 아니라 대선 결과가 주식시장의 개별 종목에 미칠 영향도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과 한국경제, 나아가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이나 외국인 투자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환경문제는 21세기 경제질서를 재편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라 있다.

특히 환경오염은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생산.소비하는 과정은 경제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기업 소비자 정부의 경제행위 모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 환경규제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은 2주전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특집기사에 이어 7일자 신문에서도 WBCSD(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세계산업계협의회) 비요른 스티그슨 사무총장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환경친화경영의 중요성과 환경과 경제의 ''윈-윈 전략''을 위한 실천 방안을 실었다.

이러한 기사는 구조조정 등 단기 현안에 매달려 있는 국내기업들에 향후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중요한 국제적 테마를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시기적절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