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북서쪽에 위치한 신흥 개발지인 쿠타브 인스티튜셔널 구역.

6차선 대로를 사이에 두고 15층 이상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 곳은 인도의 ''벤처 1번지''로 통한다.

입주 업체는 모두 2백50여개사.

1백여개 닷컴기업과 31개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은행, 증권사, 헤드헌팅 회사, 법률회사, 회계법인, 컨설팅 업체, 특허사무실 등 벤처활동을 지원하는 기관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벤처 중심지''란 쿠타브 인스티튜셔널의 명성은 이같은 ''외형''에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다.

꺼질 줄 모르는 벤처창업에 대한 열정이 있어 이 곳의 명성이 더욱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저녁때 오히려 이 곳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오후 6시가 되면 빵과 우유로 간단히 식사를 때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오후 7시쯤이면 대략 구역내 20여개 곳에서 투자설명회가 시작된다. 예비 벤처기업가와 대학생들이 창업 아이템을 제시하고,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들이 나와 질문을 던진다. 투자설명회는 자정을 넘긴다"(IVCF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라울 굽다)

치밀하게 짜여진 벤처 네트워크도 창업붐을 자극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당장 회사를 차릴 수 있을 정도로 지원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이런 장점은 벤처창업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 곳을 통해 창업에 나서는 케이스는 한달 평균 50여건에 이른다.
IT업체의 경우 7년 이상 회사 근무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닷컴기업은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이 상당수를 차지한다"(잡스헤드닷컴의 구르팔 싱 부사장)

인도의 주요 도시에서도 창업 열풍은 델리 못지 않다.

봉급 생활을 청산하고 자기 사업을 하려는 직장인들의 창업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대학생은 입사보다는 창업을 더 선호하고 있다.

인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벵갈로르의 경우 창업열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하루 7∼8개의 신생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벤처기업을 선전하는 광고전단이 거리를 도배하고 있다.

"창업자는 대부분 IIT(인도공과대학) 출신 엘리트들이다. 대학 졸업후 미국으로 건너갔던 인력중 30% 정도가 3년내 돌아온다. 외국 거래처와 두터운 인맥을 형성한데다 자본도 갖추고 있어 성공확률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국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애국심으로 벤처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어 창업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MS인디아의 푸남 카울 마케팅 매니저)

IT 기업의 40%가 본사를 두고 있는 뭄바이에서도 벤처창업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IT 인력을 구하는 벤처기업의 광고는 전체 신문광고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벤처산업 덕분에 지역 경제가 회생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들어 월 단위로 신설법인이 25% 증가한 1천6백개에 이른다. 부도심지 사무실의 평당 한달 임대료는 5백달러로 올들어 20% 정도 올랐다. 압텍 등 IT 인력을 양성하는 사설 교육기관들도 초호황이다.
소득이 늘어 백화점과 고급 식당이 북적대고, 영화관에도 관람객으로 만원이다"(HSBC 애널리스트 비야 바오니)

뉴 밀레니엄시대의 인도는 지금 소프트 웨어 산업육성을 통해 선진국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 꿈의 가장자리에는 바로 회오리 바람처럼 인도 대륙을 휘몰아 치는 창업열풍이 자리잡고 있다.

"70년대 초반 한국을 달구었던 새마을운동처럼 잘 살아보자는 국민적인 자각이 벤처 창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삼성전자 인도연구분소 김규출 소장)

델리.벵갈로르.뭄바이=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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