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1시.엄낙용 산업은행 총재가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기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조의 협조를 기대하면서 부도처리 시한도 연기했지만 끝내 노조는 협조를 거부했습니다….안타깝지만 대우차를 최종 부도처리하기로 채권단은 의견을 모았습니다"

7일 새벽부터 이어진 이틀간의 마라톤 협상이 파국으로 끝났음을,그리고 1년2개월 동안 새로 쏟아부은 2조1천7백72억원을 포함한 18조원의 부채덩어리 대우차의 사망을 알리는 선고였다.

대우차 노조는 즉각 "정부와 채권단이 진작부터 부도처리 방침을 정해놓고 그 책임을 노조의 비협조 때문만으로 몰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비용의 극히 일부만 차지하는 인력문제를 이슈화한 정부와 채권단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였다.

엄 총재는 지난 7일에도 오후 6시께 기자회견을 자청,채권단이 최종 부도처리 시한을 8일 오전까지 연장하는 ''아량''을 베풀기로 했음을 알렸다.

닛산-르노가 1년동안 8천8백명의 인원을 정리하고 재료비도 8% 줄였다는 설명이 곁들여진 다분히 ''준비된'' 회견이었다.

이어 집무실에서 밤을 새워 대우차 노사간 협상의 타결을 기다리는 ''정성''도 보여줬다.

사실 대우차의 부도책임이 노조에 있다는 쪽으로 여론이 급격히 흘러간 것은 산은이 지난 5일 대우차 부도가능성을 거론하면서부터였다.

이 때부터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이후 제기된 정부와 채권단 책임 문제는 소리 없이 묻히기 시작했다.

채권단의 설명처럼 5년간 고용보장과 파업불사를 외치는 노조가 있는 기업을 인수할 기업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우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간지는 사실상 1년2개월이나 됐고 그동안 실질적인 경영권은 채권단에 있었다.

채권단을 관리 감독하는 곳은 정부다.

대우 부도의 복판에는 강성 노조가 있었지만 그들과 함께 있었던 기관은 채권단과 정부였다.

박민하 경제부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