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이 만든 ''사설 펀드''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정씨의 사설펀드는 10개 정도이며 총규모는 1천억원,전체 가입자는 5백∼6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씨는 2배 이상의 수익보장과 손실보전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목표액 만큼 펀드가 조성되지 않았고 수익도 내지 못해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정씨의 사설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투자금을 날렸으면서도 오히려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펀드 종류와 규모=현재 수면위로 드러난 펀드는 DH(디지탈홀딩스)펀드 동방펀드 알타펀드(평창펀드) HC펀드 대신펀드 등 5개다.

이외에도 5개 정도가 더 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지만 정씨조차 펀드 수와 규모를 정확히 모를 정도다.

이중 DH펀드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6∼8월 한국디지탈라인 평창정보통신 디지탈임팩트 등 3개 벤처기업을 묶는 지주회사 디지탈홀딩스 설립을 추진하면서 2천억원을 모집했다.

그러나 4백30억원 모집에 그쳐 디지탈홀딩스는 세우지 못했다.

지난 7월 설립된 동방펀드는 22억원 규모로 동방금고 임직원들이 주로 가입했다.

투자대상은 평창정보통신이었다.

대신펀드는 대신금고 직원이 중심이 된 것이다.

알타펀드는 7월에 설립됐으며 평창정보통신의 주가 조작에 동원된 혐의를 받고 있다.

70여개 계좌에 70억원이 넘는다.

HC펀드는 정씨와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함께 운영했다.

지난 8월22일 하룻동안에만 11개의 가·차명계좌를 통해 이 펀드에서 3억6천만원 가량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펀드 가입자=정씨 관계사의 직원이 많지만 외부인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직원,정치권 인사,연예인 언론인,사채업자,동창생 등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씨 스스로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4백73명이 가입했으며 가·차명을 이용한 유력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었다.

현재 가입자 신원이 확인된 것은 동방펀드 뿐이다.

가입자 21명중 19명은 동방금고 임직원이며 1명은 일반인,나머지 1명은 자살한 금감원 장래찬 전 국장이 친구 명의로 1억원을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DH펀드는 이씨가 다닌 고려대와 이화여대 정책대학원 동문들이 각각 2백억원과 70억원을 모아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원 수료자 가운데는 정·관계 유력인사도 있어 투자목적 등을 확인 중이다.

알타펀드에는 1백여명이 가입해 있으며 검찰이 신원을 확인중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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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가입 사법처리 제외...공무원 직무영향땐 위법 ]

<>가입자의 법적 문제=사설펀드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일종의 "재테크"이기 때문이다.

물론 금감원 직원이나 정치인의 경우는 다르다.

금감원 직원도 비등록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사설펀드에 가입할 수 있지만 로비를 받고 직무에 영향을 미쳤거나 정보를 유출했다면 위법이 된다.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손실 보전을 약속받고 펀드에 투자했다면 뇌물수수죄로 걸릴 수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