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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금융심장' 월街 대해부] (7) '국제신용평가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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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3월 태국 바트화 폭락을 계기로 금이 가기 시작한 아시아 금융시장에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아시아 상공에 나타난 비행기는 B-29 폭격기가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의 심판관인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다.

    이들의 무기는 "핵폭탄"이 아니라 "신용평가"라는 신무기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아시아국가의 신용등급을 불과 며칠만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쓰레기로 취급당하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곧바로 아시아국가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 길이 막히면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처럼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내리는 평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재판관의 판결과 같은 절대적인 위력을 갖는다.

    잘 알려진 대로 유럽의 피치 IBCA, 미국의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 꼽는다.

    이들 기관은 한 국가나 기관의 신용등급을 정치위험 산업위험 영업위험 재무위험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특히 한국과 같은 개도국들은 가변성이 많은 정치위험과 재무위험을 상대적으로 중시한다.

    지금까지 이들 기관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무디스와 S&P가 유럽의 피치 IBCA보다 앞선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두 회사가 모두 뉴욕 월가를 본거지로 삼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외형상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 이들 기관의 경비는 한겨울에 냉기를 느끼듯 삼엄하다.

    물론 두 기관들이 내리는 평가도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절대적이다.

    미국의 모든 금융기관과 펀드들은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금융자산을 사지 말라는 내규를 갖고 있다.

    이른바 ''Sovereign Ceiling Doctrine''이다.

    메릴린치의 손 돈 부사장은 "이들 기관의 신용평가를 절대적으로 신임한다"고 한다.

    만약 투자실패로 책임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이들 기관의 평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면책된다고까지 말한다.

    그런 만큼 두 회사는 자산들이 평가하는 신용등급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혹독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철저하다.

    결국 신뢰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이들 기관의 수익과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일단 투자대상국과 기관이 잡히면 정확한 데이터 분석과 현지실사 조사를 통해 신용등급을 정한다.

    이렇게 정해진 신용등급을 놓고 내부적으로 몇 차례 모니터링을 통해 정성적인 요인을 가미해 최종적으로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의심가는 부문에 대해서는 수없이 질문하고 해당 담당자는 해명을 한다.

    밖에서 지켜본 기자의 귀에도 몇 차례 고성이 오가는 소리가 들렸다.

    확정된 신용등급에 대한 보완도 철저하다.

    익명을 요구한 S&P사의 공보관은 ?신용등급의 사전누출은 있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신용평가회사 문화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무디스사의 토머스 번 한국담당 신용평가국장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개도국들로부터 이들 기관이 미국 금융기관이나 펀드들의 앞잡이가 아니냐는 비난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한국과 같은 개도국들의 신용평가 사실을 자신들의 고객한테 사전에 알려주고 이들 기관이 개도국 시장을 흔드는 과정에서 많은 투자이익을 챙기지 않았느냐는 비난이다.

    실제로 한국과 같은 개도국들의 주가는 이들 기관이 신용평가를 내리기 3주 전부터 외국인들이 대거 주식을 매입하면서 크게 오른다.

    그러다가 막상 신용등급이 발표되면 대거 매도함으로써 많은 주가 시세차익을 얻은 흔적이 역력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개도국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해지펀드들의 고유특성 때문"으로 간주한다.

    단순히 금융수익을 노리는 해지펀드의 입장에서는 선진국보다는 시장질서와 금융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개도국에 투자해야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신용평가기관들은 앞잡이나 해지펀드들의 음모설 자체를 부인한다.

    오히려 이같은 비난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나 해지펀드들의 실체를 모르는 데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 개도국들은 외환위기를 당하기 전까지 국제신용평가기관이나 해지펀드들에 대해 백지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보면 외환위기가 국제금융사회, 정확히 말하면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시장에 대해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들 두 기관의 철저한 신용평가가 모든 시장참여자들에게 올바른 투자지침서를 제공해 줌으로써 월가와 미국경제를 강하게 만드는 첨병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들의 영향력에 전세계 모든 국가와 기관들을 강하게 예속시킴으로써 ''월가의 제국주의''를 실현시켜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특별취재팀 ]

    <> 한상춘 전문위원
    <> 이학영 차장(국제부)
    <> 육동인 특파원(뉴욕)
    <> 강은구(영상정보부)
    <> 김홍열(증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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