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진흥공단 706호에 위치한 정보통신 벤처기업 (주)엔키아.

정보시스템 통합관리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이 회사는 요즘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야단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 시판하고 있으나 연구.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군요. 스톡옵션에다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주고 3년이 지나면 진학기회까지 부여할 계획인데도 마땅한 사람이 없네요"

이선우 사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사람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다.

같은 시각 이 회사와 얼마 떨어지지 않는 모 건설회사.

사무실 한 켠에 위치한 휴게실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옷차림으로 보아 영업직이나 관리직 사원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해외 시장에서 공사 물량이 없어 귀국한 기술자 기능공들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되면서 많은 일손이 놀고 있다면서 신규 채용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올해 하반기 기업 채용시장은 양극화 현장을 빚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관련 업종은 사람을 구하느라 법석이다.

반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과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업체들은 채용 계획을 유보하거나 무기 연기한 상태다.

본사가 채용컨설팅회사인 한경디스코와 함께 거래소 상장회사, 코스닥 등록회사 등 9백5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원채용 계획을 세우고 있는 회사는 1백40여개며 이들의 채용인원은 약 2만여명으로 추산됐다.

전자, 정보기술, 유통 관련 업체들의 채용 인력이 대부분이다.

한국 IBM, 한국휴렛팩커드, 컴팩코리아 등 정보통신관련 기업들은 줄잡아 1만여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계 기업들도 채용인원수를 매년 급속히 늘리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점포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셔 신규채용에 나서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은 올 하반기 각각 1백명 이상의 신규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공기업들은 채용이 주춤한 상태다.

포항제철이 대학생 1백69명을 대상으로 채용전형을 실시하고 이중 87명을 신입사원으로 선발했을 뿐이다.

그룹별로는 LG가 3천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 2천5백명, 현대 2천명 SK 8백명을 채용한다.

SK의 경우 최근 2만5천여명이 접수, 약 3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금호그룹도 2백명 모집에 1만3천명이 접수, 65대 1의 경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기업체 신규 채용은 온라인으로 주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처럼 응시서류를 내기 위해 복도에 길게 서 있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SK그룹은 원서를 아예 인터넷으로만 접수했다.

금호도 응시 학생의 90% 이상이 온라인 접수자였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는 채용계획까지 온라인에만 공고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으면 채용정보조차 얻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채용방식이 바뀌면서 인터넷 취업사이트와 헤드헌터들도 바빠졌다.

인터넷 취업 사이트들은 단순히 취업정보를 전달해 주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일부 업체들은 경매방식을 채택, 구직자의 이력서를 올려 놓고 구인자들이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정보기술인력이 모자라자 인도에서 고급인력을 들여오려는 헤드헌트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기업들은 또 대규모 집단공채보다 계열사별로 필요한 인원 만큼 수시로 뽑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계열사별 독립 경영의 여파인 셈이다.

대규모 채용이 줄다보니 필기시험의 비중이 낮아지고 대신 면접이 강화됐다.

일부에서는 현업부서에서 최종 합격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