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효과"는 얼마나 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국가신인도 제고 효과"다.

일반적으로 피치IBCA,무디스,S&P와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한 나라의 국가신인도를 정치위험 산업위험 영업위험 재무위험 등 4가지 기준에 의해 평가한다.

이번 노벨상 수상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위험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남북한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은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를 개선하는데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우리와 같은 개도국 입장에서 이 노벨상 수상만큼 효과가 있는 투자가관계(IR)활동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소식이 전세계 2백30여개 국가의 모든 매체를 통해 방송된 자체로도 엄청난 IR효과다.

현 정부가 집권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국제금융기관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권력누수현상(lame duck)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레임덕이 발생되면 구조조정 과제를 포함한 경제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간주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들어 경제주체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 경제이기주의가 갈수록 팽배해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한 곳에 모으는 효과는 우리 경제의 미래로 봐서는 어느 효과보다도 크지 않나 생각한다.

남북관계 진전에는 직접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처럼 북.미 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노벨상 수상은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이나,경제개발에 필요한 특별신탁기금(special trust fund)을 조성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대 관심사인 국내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요즘 연일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는 국내 증시가 안정되기 위해 국제금융기관들은 최소한 두가지 요건이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나는 국내증시처럼 대외환경 변화에 완충능력이 결여된 상황에선 대외변수가 우선적으로 안정돼야 한다.

디행히 지난주말을 계기로 미국증시와 국제유가가 안정을 찾고 있다.

반도체 가격(64메가 D램)도 최근의 시장여건을 감안할 때 5달러 이하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국내투자가들의 심리적 안정을 찾는 일이다.

특별한 계기가 없을 경우 지난주말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번주 들어 투자자들의 심리가 공황(panic)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됐었다.

과거의 예로 볼 때 이번 노벨상 수상은 외국인의 시각을 개선하고 투자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으나 93년 10월 만델라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주가가 한 단계 뛰어 오른 것도 심리적 안정효과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여러가지로 어려운 우리 경제에 "가뭄에 단비"처럼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최근의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볼 때 이번 수상을 계기로 들뜬 분위기가 오랫동안 지속될 만큼 우리 경제가 한가로운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부터는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우호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해 경제현안들을 해결하는데 치중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인 정략적으로 이용되거나 경제현안을 희석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면 이 상의 의미는 곧 퇴색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나 증시가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