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노벨 문학상은 프랑스에 망명중인 중국 극작가 가오싱젠(高行健·60)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가오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과 독창적인 언어로 중국소설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가오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첫번째 중국인이자 세번째 동양인이 됐다.

1940년 중국 장시성에서 태어난 가오는 연출가 극작가 소설가 평론가 화가로 1인 5역을 해내는 르네상스맨이다.

문화혁명시절 ''분서갱유''를 겪은 가오는 중국공산당의 공포정치를 베케트식으로 풍자,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베이징 외국어대 불문학과 출신인 가오는 전체주의에 대한 투쟁으로 일관한 삶을 살았다.

극작가로서 가오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앙토냉 아르토의 영향을 받았다.

베이징인민극장을 무대로 다양한 작품을 실험하던 가오는 데뷔작 ''알람소리''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후속작 ''버스정류장''이 역사상 가장 ''반동적인'' 연극으로 지목된데 이어 1987년 ''또다른 해변''이 상연금지되자 그는 망명을 결심한다.

1988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가오는 1989년 천안문광장 학살사건이 일어나자 중국공산당을 탈당했다.

기피인물로 낙인찍힌 가오의 전 작품은 곧 상연금지됐다.

그러나 내면의 평화와 자유를 추구하는 현대판 오디세이 ''한 사람의 성경''은 불어로 번역돼 서구 문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가오의 작품은 중국선불교 전통으로 현대인의 삶을 응시,철학적 깊이를 지닌다.

중국 남서부 여행기인 소설 ''영산''은 도교적이면서 샤머니즘적인 작품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영산''을 ''비할데 없이 훌륭한 영혼의 순례기''라고 평했다.

가오는 삶과 죽음,성(性)과 고독의 문제를 유배자 관점에서 접근,우주적인 ''시''로 승화시킨다.

경극 전통을 수용한 가오의 연극은 홍콩 대만 일본 독일 프랑스 미국 호주에서 공연됐다.

''베이징의 여름비''''망명자''는 스톡홀름 왕실 무대에까지 올랐다.

1992년 프랑스정부로부터 문학예술훈장을 받은 가오는 "오직 글을 쓸 때만 나는 자유롭다"고 말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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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오 싱젠 연보 ]

<>1940년 중국 장시성 출생

<>1962년 베이징 외국어대학 불문학과 졸업

<>1981년 평론 ''현대소설기법 논쟁''으로 데뷔

<>1982년 희곡 ''알람소리(Signal Alarm)'' 발표

<>1983년 ''버스정류장(Bus Stop)'' 발표

<>1985년 ''야만인(Wild Man)'' 발표

<>1986년 ''또 다른 해변(The Other Shore)'' 발표, 상연금지

<>1987년 프랑스로 망명

<>1991년 ''삶과 죽음 사이(Between Life and Death)'' 발표

<>1992년 ''대화와 항변(Dialogue and Rebuttal)'' 발표

<>1993년 ''한밤의 방랑자(Nocturnal Wanderer)'' 발표

<>1995년 ''주말 4중주(Weekend Quartet)''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