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2일 모처럼 정부와 금융당국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은 정부의 기업구조조정드라이브로 인한 일부기업의 퇴출공포,자금경색등 재계의 불안감이 증폭되고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재계의 불만은 정부가 부실기업퇴출을 너무 요란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자금시장이 극도로 경색되면서 멀쩡한 기업들까지 고사당할 지경이라는 것과 퇴출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재계는 이날 그동안 줄기차게 반대해온 기업지배구조정책에 대해 "총론 찬성,각론 수정"쪽으로 방향을 조정했다.

◆부실기업 퇴출기준=전경련은 채권금융기관들이 부실기업 퇴출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는 이자보상배율이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멀쩡한 기업이 부실기업으로 분류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종합상사를 포함한 도소매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8백41%,건설업 4백6%(99년말 한국은행 발표 기준) 등으로 업종성격상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이들 업종은 당연히 이자부담이 많게 마련인데 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금융불안 대책=전경련 회장단은 최근 진행중인 금융·기업구조조정이 연말 기업자금 성수기와 겹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IMF사태 이후 발행된 만기 2년 3년짜리 회사채 상환 만기가 올 하반기에 집중돼 있어 연말까지 회사채 만기도래액이 22조원에 달하며 이중 32%인 7조원이 투기등급의 회사채여서 차환 발행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이런 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채권펀드를 차질 없이 조성하고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 채권) 발행 활성화 △비우량 회사채의 채권펀드 편입비율 확대 등을 통해 기업금융 중개기능을 보강해줄 것을 촉구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전경련은 법무부가 마련한 2차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에 정면 반대해온 기존 입장에서 한 발 후퇴,''총론 찬성,각론 반대'' 쪽으로 입장을 수정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기업의 인수합병(M&A)시장 활성화,사외이사 활동 강화,공시기능 및 외부감사기능 강화 등을 통해 기업경영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 재계로선 수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집단소송제 도입,집중투표제 의무화,대표소송제 강화 등은 기업 현실에 맞지 않아 이들 제도가 무리하게 시행될 경우 소송 남발로 기업경영의 안정성을 해치고 경영 의사결정의 지연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