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 KDI 부연구위원 >

제임스 해크먼 교수를 만난 것은 지난 85년 박사과정 학위를 위해 미국 시카고대학에 들어가면서였다.

프린스턴대학에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해크먼 교수는 콜럼비아대학을 거쳐 80년대 초반 시카고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크먼 교수를 나의 지도교수로 맞이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큰 행운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해크먼 교수는 "엄격함"그 자체로 통했다.

학문에 있어서는 한치의 빈틈도 허용치 않는 진정한 학자였다.

노동경제학을 과학적이고 통계학적인 방법으로 엄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늘 강조해온 그의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해크먼 교수는 자주 새벽 2~3시까지 연구실에서 불을 밝힐 정도로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연히 학생들의 귀감이 됐다.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그의 모습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해크먼 교수가 박사학위를 받은 프린스턴 대학 도서관 주변에서는 그를 "조형물(fixture)"이라고 불렀다.

매일 도서관에 찾아와서 마치 움직이지 않는 조형물처럼 가만히 앉아 책만 들여다 봐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해크먼 교수는 노동경제학에서 선택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확립한 학자로 꼽힌다.

특히 정부의 실업대책에 관한 훌륭한 연구업적을 많이 내놓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경제주체가 실업자가 되느냐 또는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하느냐 하는 선택의 상황이 정부의 실업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계적이고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학교에서는 엄격한 학자이지만 연구실을 떠나서는 인자한 선배 학자로서의 면모를 물씬 풍겼다.

해크먼 교수의 집에 여러차례 놀러가서 식구들과 어울리며 함께 식사도 하곤 했다.

해크먼 교수의 부인은 사회학 박사출신이고 1남1녀를 뒀다.

뛰어난 피아노 실력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했던 그의 부인이 생각난다.

여가시간에 해크먼 교수는 주로 클래식음악을 많이 들었고 그 분야에 상당한 조예도 있었다.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식사 때 포도주 1~2잔만 마시는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