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 "내수불황" 경보가 울리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시작된 불안심리가 고유가로 인한 원가압박,부실기업 정리등 불안요인과 겹쳐지면서 산업경기의 "경착륙" 조짐이 일고있다.

경보는 자동차 철강재 시멘트 공작기계 등 "경기바로메터성" 공산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본재 생산업체들도 재고가 급격하게 늘고 가격하락에 따른 채산성악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고유가와 LPG(액화석유가스) 가격인상 등이 겹쳐지면서 내수판매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는 9일 "지난달 승용차 판매가 8만8천5백91대로 전월 대비 6.5%의 감소율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선 감소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에 민감한 레저용 차량(RV)의 판매는 무려 14.2% 줄었고 유가 인상에 민감한 중형과 소형 역시 각각 15.7%와 13.3% 감소했다.

철근을 주생산하는 전기로 업체들은 지난 9월 이후 월간 철근 판매가 10% 가량 하락했다고 밝혔다.

거래 가격도 28만∼29만원으로 하락했다.

철근 공급과잉으로 판매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하반기들어 건설경기가 더욱 얼어붙어 제품을 팔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연간 철근 수요는 8백만t인데 공급량은 1천1백만t 규모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수요가 위축될 경우 메이저 철근 메이커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올들어 철근업체들은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대미 수출을 사실상 중단해 내수 판매부진이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 생산업체들의 판매난도 계속되고 있다.

시멘트업체들은 내수판매 부진으로 재고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제철 연합철강 동부제강 등 자동차 및 가전제품용으로 공급되는 냉연제품 생산업체들도 4·4분기 고전이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올해 냉연 내수시장규모가 7백60만t인 반면 생산은 1천2백만t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나머지 제품을 수출로 충당해야 하는데 올들어 일본 등 경쟁국들이 저가 수출에 나서 해외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작기계 내수도 급감했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공작기계업체의 지난 8월 내수 수주액이 6백32억원으로 7월의 6백83억원에 비해 7.4%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내수 수주액도 6월(9백68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유화업체들도 유가 급등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로 잇따라 감산에 들어갔다.

석유화학 제품의 주원료인 나프타 자일렌 등의 가격상승에 비해 제품 판매가 상승폭이 작은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기초 소재산업이 공급과잉 상태에서 판매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기초 소재산업 및 공작기계,자동차 판매는 경기변동을 알려주는 가장 예민한 ''바로미터''로 볼 수 있는데 이들의 내수가 격감한다는 것은 전체 실물경기의 급랭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