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출렁거리는 주가,환율,이자도 불안하거니와 기업들의 유동성 부족 현상도 그렇다.

각종 지표를 분석하여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내외 전문가들도 많다.

한결같은 지적은 우리 경제의 구석구석에 잠재된 부실을 더 털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구조조정과 합병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부실여신을 털어내고 과다인력을 감축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사업 구조조정은 부실자산과 수익성없는 자회사를 처분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지배구조조정은 대기업 창업자의 후손들이,그리고 전체 지분의 5% 수준밖에 안되는 대주주 가족이 경영권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고용조정은 온정주의를 앞세워 일없이 자리 차지하고 봉급타는 사람을 털어내자는 것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은 낙하산 타고 내려와 임기만 채우고 가는 경영자,그리고 방만한 경영관행을 중단하자는 것이다.

한 때 일본에서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자 일본의 기업계에서(일본식 발음 K로 시작되는)3K를 몰아 내자는 운동이 추진됐다.

첫째 간접부문을 없애고,둘째 과장으로 대표되는 중간계층을 줄이고,셋째 소위 "창문족"으로 일컬어지는 고령자를 정리하자는 것이었다.

일본은 연공서열,종신고용 그리고 기업별 노동조합 등 온정주의와 가부장주의 경영의 대표적인 나라였다.

그러나 효율과 속도를 앞세운 미국에 뒤지게 되자 일본 기업들은 일본식 경영방식을 버리고 "3K"를 몰아냈다.

일본기업이 미국기업에 뒤졌다는 것은 일본의 기업문화가 미국 기업문화에 패배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워크아웃 중인 어느 대기업에 새로운 최고 경영자가 부임했다.

그는 종업원들에게 "앞으로 여러 부문에 걸쳐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겠다.

무수익 유휴자산을 처분하고,적자를 내거나 수익성 낮은 사업부문을 과감히 매각한다.

또 처분대상 사업부문에 근무하는 종업원은 물론이고 여유 인력과 무능한 사원을 철저히 정리해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 다음날 최고 경영자의 출근은 사무실 입구에서부터 저지 당했다.

머리에 "정리해고 반대"라는 붉은 띠를 맨 남여 종업원들이 사무실 입구를 막았기 때문이다.

옥신각신하는 뒷편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사장이 그만두게 되나,우리가 쫓겨나나 보자"하는 거친 말이 나왔다.

며칠 뒤 회사의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벽보가 붙었다.

"회사의 자산 매각,자회사 처분 등은 신중히 재검토할 것이며,기존 종업원의 고용은 반드시 보장한다. 부득이 처분하는 사업장의 종업원도 본사로 전보할 것이다" 그 이후 회사는 평온해졌다.

그 평온이 얼마나 갈지.. 미국은 오랫동안 "고성장 저실업"을 이어 왔다.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기업문화 덕분이다.

진정 기업문화가 중요한가.

기업문화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기고 기업을 생존시키는데 기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한국의 기업문화는 과연 구조조정에 적합한 문화인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란 본질적으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해도 잘 안 변하는 것이 문화다.

그리고 문화는 어떤 문화권속에 생활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통제한다.

우리는 문화와 지역정서를 내세워 구조조정을 포기할 것인가,아니면 구조조정에 적합한 기업문화를 형성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조지 버나드 쇼는 사람을 "합리적인 사람"과 "비합리적인 사람"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전자는 세상 변화에 적응하여 자신이 변하는 사람이고,후자는 세상이 자신을 위해 변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이 어떤 개인을 위해,나아가 기업을 위해 변할 리 없다.

따라서 기업이 살려면 변화된 기업환경에 적합한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jklee4808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