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업의 통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본사 대리점 협력업체 소비자간에 주고받는 통신량은 측정하기 힘들 만큼 많다.

그렇다고 이들을 잇는 전용회선망을 구축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상품이 나와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을 전용회선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가상사설망(VPN)이 바로 그것이다.

<>가상사설망이란

전용회선은 임대료가 비싼 대신 혼자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반면 인터넷은 사용료는 적게 들지만 공중망이어서 불안하다.

가상사설망은 전용회선과 공중망의 장점만 더해놓은 통신망이다.

즉 본사와 지사,또는 본사와 협력업체를 전용회선 대신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양쪽 끝에 전용장비를 장착해 데이터를 암호화해 주고받게 해준다.

전용회선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통신비가 적게 들고 암호화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VPN에서는 보안이 중요하다.

전송로로 인터넷과 같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공중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안기술로는 암호화 인증 접속제어 등이 동원된다.

다시 말해 데이터를 암호로 바꿔 전송함으로써 해커가 통신망에 침투,데이터를 가로채더라도 해독할 수 없게 해버리고 발신자와 수신자의 신분을 확인해 권한을 부여하는 인증절차를 거친다.

또 전송과정에서는 터널링기법을 사용,공중망을 전용 터널을 통과하듯 안전하게 지나게 해준다.

VPN을 도입함으로써 절감할 수 있는 통신비용의 규모는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VPN업체들은 대체로 전용회선을 사용할 경우에 비해 통신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한 업체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본사와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의 지사를 전용회선으로 잇고 본사에서 인터넷을 접속하는 경우 통신비는 월 6백45만원이 든다.

반면 본사와 지사에서 모두 인터넷에 접속하고 VPN을 도입하면 월 2백39만원이면 된다.

<>시장선점경쟁

VPN이 전용회선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시장선점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VPN을 국산화해 판매하는 전문업체로는 퓨처시스템과 사이젠텍이 있다.

퓨처시스템은 96년이래 4년동안 1백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지난 5월 VPN과 방화벽(화이어월).침입탐지시스템을 통합한 보안 솔루션 "시큐웨이스위트2000"을 내놓았다.

기본형 가격은 1천5백만원.

회사측은 이 솔루션으로 본사와 지사를 잇거나 기업전용망 또는 금융망을 구축하면 6개월~1년안에 초기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퓨처시스템은 이 제품만으로 앞으로 3년간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현재 한 이동통신회사와 "시큐웨이스위트2000" 공급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고 중앙부처에 이 솔루션을 납품,시험운용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98년에 VPN 전용 "시큐웨이스위트"를 내놓고 행정전산망 금융전산망 공공기관 기간통신사업자 등에 공급했다.

"해커들이 설립한 보안업체"로 알려진 사이젠텍은 지난 7월 "사이젠SOS"란 이름의 보안 솔루션을 출시했으며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판에 들어간다.

이 솔루션은 VPN에다 방화벽 로드발란스 및 라우터를 결합한 것으로 사용자수에 제한이 없어 사용자수가 늘더라도 장비를 추가할 필요가 없고 값이 저렴한 점이 특징이다.

기본형 가격은 1천8백만원.

이 회사의 김강호 사장은 "시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약 20억원 상당을 수주했다"면서 "값이 싸고 사용하기가 편한 점을 살려 보안이 허술한 중소기업들을 파고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 제품은 서버에 연결하기만 하면 보안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접속하면 곧장 작동하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아이네트 시큐아이닷컴 시큐어소프트 등은 미국산 VPN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통신 SK텔레콤 등도 VP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준비중이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