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반 세계화" 물결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과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세계화란 각국간 무역과 금융시장의 통합현상으로 크게 무역과 자본이동,인력이동 그리고 지식이동을 통해 이루어지며 모든 국가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IMF의 정의대로 세계화는 실제로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국제교역질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지 5년이 지났다.

일반적으로 WTO체제를 "서고동저"라고 일컫는다.

다시 말해 90년대 초에 부진했던 서구선진국 경기는 활황을 보이고,이에 반해 21세기에 세계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됐던 동아시아 경기는 위기에 휩싸이면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WTO체제에서는 세계 각국간 교역장벽이 해소됨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는 본질을 갖고 있다.

이런 체제하에서는 경쟁력 확보 여부에 따라 개별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어떤가.

당초 선진국의 의도로는 지난해 11월말 시애틀에서 열린 제3차 WTO 각료회담을 계기로 뉴라운드 체제를 출범시키려 했다.

"뉴라운드"란 종전의 협상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194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출범한 이래 WTO체제까지 진행됐던 협상은,세계 각국간의 상품과 서비스의 흐름을 제약하는 교역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반면 뉴라운드는 종래에 각국의 고유문제로 간주돼 왔던 정책이나 제도,기준,관행을 국제적으로 통일시켜 "공정한 경쟁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결국 뉴라운드 체제가 출범하면 개도국의 대외정책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한가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은,세계 각국의 이익을 골고루 반영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존재하느냐 여부다.

아무래도 최근과 같은 "미국 중시 사회"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메리칸 스탠더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체제하에서는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국가간 혹은 계층간의 불균형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21세기에 들어서 새로운 이념으로 "신 종속이론"이 거론되고 있고,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내에서 미국이론을 베끼다시피하는 정책운영에 대해 강한 반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보 비대칭성,금융시스템의 격차가 심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국제교역질서보다 세계화 진전에 따라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불균형이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자본시장 개방 이후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가 없다"는 점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어떤 금융위기국가보다 개방속도가 빨랐다.

물론 위기극복에 도움을 줬던 것은 분명하다.

반면 우리 정책운용이나 기업경영에 독자적 결정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기업과의 불균형과 근로자간의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반세계화 물결을,일부 경제각료의 말처럼 부정적으로 바라만 봐야 하는지,정작 고통을 당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번 만큼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