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코리아데스크들은 한국증시가 정책당국자들의 일관성없는 증시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주가에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거의 다 반영됐기때문에 정부가 기업구조조정만 제대로 추진하면 증시가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코리아데스크들은 한국증시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자신들의 영향력 때문인지 대부분 익명을 요구했다.

◆ 해리 세그만 IIA(국제투자자문) 회장 =한국 주식시장은 저평가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팔려고 하지만 그럴 때가 주식을 사기 좋은 시점이다.

가치가 높고 성장이 빠른 기업들의 주가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

D램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식이 급락했다.

D램값이 앞으로 30% 가량 더 떨어져도 삼성전자의 내년 이익은 4조~5조원에 이를 것이다.

이익증가율이 둔화될 뿐이지 손실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 살로먼스미스바니 펀드매니저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식의 급락이 계기가 됐지만 최근의 주가하락은 정부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다.

기업들이 주주들을 위한 경영을 하지 않는다.

정부의 증시정책은 일관성을 잃어 개인들도 시장에서 떠나고 있다.

증시를 안정시키려면 우선 공적자금이 빨리 투입돼야 한다.

일단 증시가 안정되면 오를 종목이 많을 것이다.

지수 영향력이 큰 종목들이 하락할 경우 종합주가지수가 400~4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종목별로는 오르는 종목이 내리는 종목보다 많을 것이다.

◆ 메릴린치 금융컨설턴트 =한국이 구조조정을 했다고 하나 변한 게 없다.

특히 기업들의 투자패턴이 과거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주주보다는 사주의 이익이 우선시되고 있다.

한국증시의 대명사격인 삼성전자의 주가급락은 반도체값 하락보다도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원이 많아진데 더 큰 원인이 있다.

옛날식 경영으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현대그룹문제를 대우그룹과 비슷하게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현대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현대 문제가 해결된게 사실상 하나도 없지 않은가.

진념 장관이 4대 그룹의 출자전환은 없다고 말했다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이를 번복하는 등 정부정책도 오락가락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한국에 투자하겠는가.

◆ 프루덴셜증권 펀드매니저 =최근의 주가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대부분 반영했다고 본다.

그러나 다시 올라갈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한국물을 판 곳은 주로 투기적인 성격의 헤지펀드들이다.

대형 뮤추얼펀드들은 거의 팔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파는 것도 위험, 사는 것도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팔면 오를 것 같고, 사면 더 떨어질 것 같다는 얘기다.

요즘 월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머징 마켓''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증시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 페인 웨버 금융컨설턴트 =D램가격이 8.5달러에서 6.5달러로 떨어진 것은 폭락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유가상승까지 겹쳐 한국증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는 지난 4월의 선거 때문인지 그동안 기업구조조정에 소홀했다.

대우자동차매각에도 안이하게 대처했다.

포드자동차가 발을 뺐을 경우에 대비한 준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월가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