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의 가난을 나라가 구제하겠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다음달부터 시행되지만 초장부터 파행이 우려된다.

기존의 생활보호대상자중 상당수가 수혜대상에서 탈락돼 반발이 끊이지 않는가 하면 다음달부터 지급해야 할 생계급여비조차 확보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 제도의 기본적인 취지가 ''저소득층의 자활 유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활노력 대상자를 최소화해 새 제도의 의미조차 퇴색하고 말았다.

◆대상자 선정논란=기존의 생활보호대상자중 20만명 정도가 수혜대상에서 탈락되고 15만명 정도가 새로 수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과거에 재산이나 소득을 숨기고 각종 보조금을 받아간 사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이번엔 재산과 소득 상황에 대한 조사를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동사무소에는 요즘 탈락한 영세민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친척이 임시로 맡긴 돈을 예금했는데 재산으로 계산됐다거나 이름만 빌려준 예금통장 때문에 재산이 부풀려졌다는 항의가 적지 않다.

또 질환상태를 다시 평가해 달라는 요구도 많다.

이에대해 복지부 손건익 생활보호과장은 "제 1·2금융권의 금융자산과 부동산 납세실적 연금소득 등을 전산자료를 통해 조사했다"며 "일부 억울한 경우가 있겠지만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지 않으면 인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손 과장은 조사결과 금융자산 실태를 밝히지 않은 사람중 2.5%인 6천여명은 금융자산이 5천만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퇴색된 ''생산적 복지''=새 제도는 저소득층이 스스로 일을 하거나 기술을 배워 자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위해 자활노력을 할 경우에만 생계비를 주는 ''조건부 수급자''를 최대한 많이 선정키로 했었다.

그러나 전체 기초생활보호자 1백70만명중 조건부수급자는 12%인 21만명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이들중 16만명만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직업훈련이나 자활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나머지 5만명은 일을 하지 않아도 생계비를 주기로 했다.

공공근로 예산이 부족한 데다 고용안정센터나 자활사업을 펼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지역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활지원센터는 모두 70곳으로 전국 2백32개 시·군·구의 절반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소득의 일부분을 공제해 낮아진 금액을 기준소득으로 적용하는 제도도 2002년이후로 미뤄졌다.

예산부족 때문이다.

결국 예산이나 시설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제도들을 잔뜩 만들었다가 취소한 꼴이 됐다.

사회복지전문요원인 김진학(서울 강서구 방화동)씨는 "저소득층에게 일을 하거나 기술을 배우도록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일도 없고 훈련기관도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확보되지 않은 예산=올해말까지 1백70여만명에게 생계급여 등을 지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2천8백49억원.

복지부는 이 예산을 추경예산안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파행이 계속될 경우 당장 오는 10월말 생계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