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업체인 데이콤사이버패스의 류창완 사장.

그는 지난 7월 데이콤에서 분사한 뒤 2개월 동안 내내 일본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 결과 지난 20일 일본 디지털그룹으로 부터 1천만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이데 성공했다.

그것도 주식의 액면가 40배 할증발행이라는 이례적인 조건으로.

ERP(전사적 자원관리) 업체인 소프트온라인코리아의 이동현 사장은 외국에 직접 나가진 않았지만 지난 한달간 외국투자기관측과 e메일을 주고받는 국제회의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해외 투자처를 온라인으로 찾아나섰던 것.

결국 미국 알파텍으로 부터 1백만달러를 펀딩(자금조달)받는데 성공해 자금흐름에 물꼬를 텄다.

하반기들어 국내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해외 펀딩행(行)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벤처 자금시장이 바닥을 드러낸 데다 일부 투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벤처캐피털도 투자를 극도로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엔 국내 시장에서의 펀딩작업을 생략한 채 외국으로 직행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체이스맨해튼 계열의 CCAT로부터 최근 1천2백만달러를 유치한 홍익인터넷의 경우 처음부터 국내 자금조달 계획을 배제했다.

해외 투자가들이 오히려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해 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데이콤사이버패스사도 국내에서는 액면가 10배 할증도 힘들 것이라는 조언에 따라 바로 일본행을 택했으며 소프트온라인의 이 사장도 국내 투자가와 한번 접촉한 뒤 "이것이 아니다 싶어 외국 투자가를 바로 찾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예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중간 브로커로 나서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자체 투자여력이 없는 창투사들이 자신들이 투자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위험을 줄이는 것은 물론 2∼3%의 적지않은 주선료를 챙기기 위한 것이다.

온갖 어려움은 겪고 있지만 외국 투자가와 선이 닿아 있는 업체들은 다른 닷컴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명확한 수익모델이나 확실한 회원들을 갖고 있지 못한 대부분의 인터넷 업체들은 외국 기업과의 상담조차 어려운 상태다.

해외 펀딩을 주선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국제협력재단에는 국내 자금조달에 실패한 벤처기업 1백여개가 해외 펀딩을 의뢰해 놓고 있으나 대부분 속시원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엔 외국 기업들도 전반적인 투자조건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6월 일본 투자기관인 H사로부터의 액면가 10배 할증 조건을 거절한 바 있는 B2B(기업간 전자상거래)업체인 B사의 경우 "지금은 3∼4배의 할증도 받기 힘든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닷컴기업들이 이같이 외국 투자가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은 1백40여개에 달하는 벤처캐피털이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대표적 창투사인 K사는 내부적으로 올해 대형 투자는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닷컴기업을 중심으로 하루에 수십개 업체가 간판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김정국 드림디스커버리 이사는 "수익모델이나 기업의 가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닷컴기업들이 ''생존게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